언제부터 분갈이를 해야지 해야지 하고 못하다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봄날, 드디어 분갈이를 완료했다. 봄이 빨리 와 지난달부터 분갈이를 했어도 됐을만한 날씨였는데, 고양이가 와 있는 동안에는 분갈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간 지난 주에는 허리도 아프고, 식목일 근처라 화훼마트에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을 것 같아 한 주 미뤄 어제 화훼마트에 갔다와서 오늘 분갈이를 마쳤더니 속이 다 시원하다. 분갈이가 가장 시급했던 건 로즈마리 화분이었다. 작년 3월 말 우리집에 들어와 1년 넘게 죽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한 화분...! 심지어 가지치기 물꽂이한게 뿌리가 폭풍 성장하고, 새잎까지 뿌직뿌직난지라 작은 가지도 흙에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한지 어연 몇 개월.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로즈마리 물꽂이를 해..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들이 이해가 되고, 나조차도 투표소가 집에서 멀지도 않은데도 정말 가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궐 선거 자체를 해야 했던 상황과 선거에 나온 후보들의 면면과 안봐도 알 것 같은 투표 결과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냉소주의나 다름없기에 내일 꾸역꾸역 가서 투표를 하고 올 생각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들로 마음이 어지러워 지난 주말 사전 투표는 하지 못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나 혼자 힘만으로는 절대 설 수 없는 것이다. 요즘 미얀마를 보면서 우리에게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듯 주어진 이 상황조차 하나도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떠올리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나혼자) 비장한 마음. 내일 ..
동네 피부과에서 대학병원으로 가는게 좋겠다고 하여 진료소견서를 들고 지난달 대학병원을 갔다. 오늘로 세번째 진료였다. 병원만 다녀오면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녹초가 되네. 집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고, 첫날 빼고는 그냥 접수하고 수납하고 진료하고 처방전 받아 나와 원외약국 가서 약 타서 귀가하는게 끝인데 무지무지 피곤하다. 대학병원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꼭 대형몰에 다녀왔을 때 같은 비슷한 피로감이 든다. 그런 면에서 3차 병원 중 국립중앙의료원 애정하지만 이렇게 여러 번 가야 하는 진료는 멀어서 못 가... 작년 갑상선 검진 못 받아서 올해 가긴 가야 하는데 언제 가냐. 산부인과 6개월 재검도 시기됐는데 언제 가냐. 어흑.
주로 일할 때 끼는 검은색 가죽 손목시계가 있다. 정장류를 입었을 때 차려고 통대 졸업하고 1년 후, 1년을 잘 버텨온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앞으로 찰 일이 많기를 바라며 출장가는 공항 면세점에서 샀던 시계다. (대단히 비싼 시계는 절대 아니다.) 이 시계약이 다 된 걸 발견한 게 지난 여름이었다. 6-8월 딱 여름 3개월 동안 대사관 파트타임 출근을 하려 보니 시계약이 다 됐더라고. 덥고 습한 여름에 가죽시계는 아니니 다음 계절이 오면 약을 바꿔야지 생각했던 시계가 그대로 멈춰있는 채 겨울이 끝나간다.
커피를 두 잔 마셔서 그런가 2시가 넘도록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슬슬 졸릴 때가 된 거 같은데. 하루에 커피는 한 잔만 마시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 오늘 생각없이 두 잔을 마셔버렸어.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두런두런 했다. 생각의 가지는 크게: - 집 걱정. 올 9월 전세 계약 만료인데 갱신권 청구해서 전세금 5%만 올리고 살 수 있을런지. 찾아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 같은 평수 작년 하반기 전세 거래가가 내가 들어온 가격보다 1억 5천이 더 높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까지 1년 반 동안 계약하고 살면서 겪은 바로는 굉장히 상식적이고 불편한 지점이 전혀 없게 해주는 집주인이었고, 이 바로 앞 세입자도 계약 연장해서 살다가 나간 걸 보면 무리한 전세금 인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
제목만 그럴뿐 톺아보진 않고 대충 볼 예정 1. 독서 생활 - 김현경 - 요조 - 신예희 - 황두영 - 김지은 - 정세랑 , , , , - 데이비드 쾀멘 (읽고 있는 중) - 박완서 - 서수진 - 정영목 (읽고 있는 중) - 나가이 다카히사 - 손원평 - 김교석 - 빌 브라이슨 - 천명관 - 타라 웨스트오버 - 김초엽 - 제임스 네스터 - 이남옥 - 채상욱 쭉 적고 보니 나 프랑스 소설이고 인문서고 엄청 안보네 ㅋㅋㅋㅋ 번역하는 책 말고는 아예 한 권도 안 본 거 같다. 올해에는 좀 봐야지. 그리고 목록만 적어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올해는 정세랑의 해였다. 심윤경 이후로 한 작가에 빠져서 꼬리를 물며 작품을 이어 본 작가는 처음이다. 참고로 정세랑 입문작은 이었는데 올해 읽은 책이 아니라 빠졌다. 여러분..
요즘 번역하는 게 다 이국적인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하나는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을 배경으로 하는 그래픽노블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물건들이 18~20세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세계화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 예를 들어 서핑 보드를 주제로 한 챕터에서는 하와이와 타히티 섬에서 시작해서 캘리포니아 베니스 비치,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해변, 필리핀 발레르 같은 곳이 주구장창 나오는 거지. 그러다보니 컴퓨터 모니터로 하염없이 이곳들의 사진을 쳐다보느라 진도가 안 나간다. 며칠 전에는 홈랜드 시즌8을 보다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보며 회교도 사원의 기도 소리와 길거리 풍경을 보니 북아프리카가 떠올라서 괴로웠다. 가본 곳은 가본 곳대로, 가보지 않은 곳은 가보지 않은 대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낯선 풍경에 나..
어느샌가부터 넷플릭스에서 컨텐츠를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뭘 볼까 썸네일을 뒤적거리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아 넷플렉스에서 왓챠로 갈아탔다. 원래도 넷플릭스를 쭉 구독하기보다는 2~3달 보고, 2~3달 멤버십 끊고를 반복하긴 했었지만서도. 왓챠에서 내로라하는 시리즈 , , , 를 달렸고, 지금은 를 보고 있다. (이어즈 앤 이어즈는 너무 흥미로워서 따로 포스팅해야 할 정도지만 아마 안 하겠지..) 리즈 위더스푼에 니콜 키드먼에 로라 던까지 이미 화려하기 그지 없는 출연진에 시즌2 들어와서는 메릴 스트립까지 얹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카운티의 한 학군을 배경으로 하는데 지구 상 어떤 가족도 파면 그 나름의 이슈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각 가정이 다 극적인 이슈를 가지고 있고, 그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