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앱의 한 화면을 가득 채운 15권의 책들이 공교롭게 모두 2024년에 구입한 책이길래 이것도 기념이다 싶어 써보는 포스팅. - 마르틴 베크 시리즈- 구병모 작가- 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과 산문집-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 그 외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1. 마르틴 베크 시리즈 시작은 김명남 번역가의 마르틴 베크 10권 완역 기념 트윗이었다. 북유럽 추리소설의 근간이 되는 시리즈의 완역이 되었으니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잘 읽고 있다. 출퇴근길과 점심시간에 들고다니기 좋은 사이즈의 책인 것도 한 몫 한다. 어느 페이지에서나 접고 다시 열어 읽기 편해서 좋다. 살인수사과 경감이지만 직장인으로, 또 가정에서는 남편이면서 부모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는 점도 좋다...
지난달에 며칠 연차를 내고 짧게 제주도에 다녀왔다. 문제가 있던 feature를 마무리하고 다녀온 휴가였다. 노트북을 챙겨가지도 않았고, 휴가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휴대폰 알림을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프리랜서로 일한 지난 수 년 간 제대로 된 휴가를 가본 적도 없지만(비행기 표만 끊으면 일이 들어와 취소 수수료만 기십만원을 물었다), 짧게 국내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노트북을 안 들고 간 적이 없다. 한 번은 홍천인가를 가다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번역 의뢰를 받고 리조트 도착해서 내내 번역만 하다 온 적도 있다. 프리랜서를 하기 전 2년 간 다녔던 직장에서는 휴가를 가서도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전(!)에 데일리 업무를 해야하는 게 있었고, 두 번째 여름 휴가를 다녀온 다음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했지..
언젠가부터(라기엔 꽤 오래 전부터, 라고 적고 나니 거의 처음 같이 살 때부터😇) 우리집 주방 담당은 동거인인데, 두어 달 전 퇴사하고 쉬는 기간이라 요즈음은 더더욱 밥 담당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저녁 준비가 짠- 하고 되어있고, 난 손발만 씻고 나와 밥을 먹는다. 아주 완벽한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예전에 농반진반으로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꿈이 한시적이나마 이뤄진 격이랄까. 저녁상만으로도 감격인데 매번 감동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다. 난 찬 음료를 안 좋아해서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어쩌다 찬 음료를 마셔도 얼음을 넣어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찬 과일도 좋아하지 않아서 과일을 가급적 실온에 보관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냉장보관해야 하는 ..
지난 주말 동거인이 영화 Her를 보길래 중간에 옆에서 잠깐 같이 봤다. 모두가 Chat GPT를 사용하는 세상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몇 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가까운 미래로 느껴졌다. 남주인공이 사만사에게 지금 뭘 하냐고 묻자, 사만사가 우리를 위한 곡을 쓰고 있다며 피아노곡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었다. 시놉시스를 읊어주면 AI가 영화를 만들어주는 서비스인 sora를 얼마 전 처음 보고 경악을 했고, AI가 음악을 하고 미술을 하는 건 이미 너무 현실에 깊숙하게 들어와 관련 종사자들의 법적 방어가 있을 정도다. (참고로 sora는 Chat GPT를 만든 Open AI에서 내놓은 서비스다.) 아,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자꾸 이쪽으로 흐르네 ㅋㅋㅋ 여튼 사만다가 피아노곡을 들려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