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간척사업으로 말라버린 갯벌 '수라'를 담은 다큐멘터리. 그곳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고군분투기와 함께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생명들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담아냈다. 방파제가 들어서 하루 두 번 오고가던 바닷물이 막히자 갯벌에 살던 조개들은 몇날며칠 동안 갯벌의 흙 속에 숨어지낸다. 며칠 후 마른 갯벌에 비가 내리자 바닷물이 들어온 줄 알고 조개들은 맹렬히 흙 위로 올라왔으나 조개들이 기다린 바닷물이 아니었고, 조개는 모두 그대로 폐사한다. 갯벌은 거대한 조개들의 무덤이 된다. 그 황량한 광경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봄여름 사이에 한국을 들러서 갯벌에서 먹이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도요새들도 먹을 것이 없어진 갯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어갔다. 가슴 아픈 장면들을 꼽았지만 영화는 아직..

1.Paul Graham의 트윗을 보고 오랜만에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깨닫게 된 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언젠가는 결국 그렇게 되겠지만) AI에게 글 쓰는 일을 맡기게 되면 잃게 될 것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글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직조되는지' 아는 감각이죠.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지식이 사라졌던 건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옷감을 짜거나 그릇을 빚거나 바구니를 엮을 줄 아는 사람이 굉장히 드물잖아요. 하지만 이제 글쓰기가 그 분류에 들어가니, 그건 조금 묘합니다.사실 제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 사람들이 글쓰기를 멈추면 훨씬 더 큰 걸 잃어버릴까 하는 겁니다. 옷감을 직접 짜지 않는다고 큰일이 나진 않습니다만, 글쓰기란 곧 사고 그 자체거든요. 그러니 사람들이 글을 쓰지 않게..

뭐더러 이렇게 분주하게 사는가. 내가 나 자신을 구렁텅이로 넣었다 ㅋㅋㅋ 이직한지 얼마 안되어서 온보딩 기간인데 방통대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직 모든 과목이 ‘~의 이해’ 수준의 도입부인데 생각보다 강의 들을 게 많다. 여기에 과제물은 어떻게 준비하냐 ㅋㅋㅋ 과제물 뭔지 아직 보지도 못했다. 이 와중에 학교 직접 가야하는 출석 수업은 연차 내기 싫다고 주말 수업 하는 캠퍼스를 찾아보다가 어라.. 부산…? 제주도….? 하다가 대구로 바꿨다 ㅋㅋㅋㅋㅋ 대구 숙소도 예약함^^ 3시간 수업 듣고 1박 2일 대구 가서 막창 먹고 놀다올 생각 ㅋㅋㅋ아, 원래 쓰려던 건 이런게 아녔는데 ㅋㅋ온보딩 1개월이 지나면 리뷰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내 매니저의 매니저와 일대일을 했다. 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나를 구성하는 것 중 무엇을 읽었는지가 많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리스트만 적어보는 포스팅. 상반기 무렵 이라는 포스팅을 이미 한 차례 적긴 했다. 사서 읽고 빌려서 읽고 이래저래 읽은 책들의 목록 되시겠다. - 마르틴 베크 시리즈: , , , , , , , - 구병모: , , , , , - 박완서: , , - 앤디 위어, - 은모든, - 케이튼 비턴, - 김창준, - 앤서니 호로위츠, - 캐럴라인 냅: , - 토스, - 알렉스 쉬, - 이옥선, - 이다, - 이웅모, - 신현호, - 앤절라 더크워스, - 오지은, - 정지섭, - 조영호, - 헨릭 크니버그, - 조지프 엡스타인, - 헨리 뢰디거 외, - 수전 케인, - 하지현, - 존 야블론스키, - 박상현, - 카렐 차페크, ..
최근 전혀 다른 루트의 지인 두 명과 동거인과 함께 사는 삶이 알게 모르게 시간을 얼마나 저당(?)잡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요즘 가장 부족한 게 시간이라는 얘기를 하니 "같이 살아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같이 살지 말지 고민하던 시기에 가장 큰 화두가 개인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둘 다 혼자 살고 있기도 했고, 고요한 개인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인간들이어서 같이 살아도 이런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트라이얼 기간을 가지다 아예 집을 합친지도 이제 몇 년이 되었고, 그 당시 했던 고민이 무색하게 함께 하지만 필요한 만큼 각자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와중이라 친구의 질문에 그런가? 하며 갸우뚱했다. 두 번째는 ..
한 달 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들려왔다. 모국어로 쓰인 글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사건이었다. 한강의 주요 작품들은 이미 애지간히 읽었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아마 향후 20년 정도는 들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의 뇌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던데 컨텐츠 소비로 인한 감정적 힘듦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나날이다.) 그 대신 주변에서 한강의 인터뷰 기사나 팟캐스트 링크 등을 전해주어 오가는 길에 그의 긴 인터뷰들을 읽고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 안에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그 질문들을 마주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글쓰기라는 말이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는 어떠한 질문들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
느즈막히 오전이 다 지나가 침대에서 일어나 팬케이크 구워 먹고 세탁기 한 번 돌려서 빨래 널고 청소기도 한 번 돌리고 운동화에 옷 가볍게 챙겨입고 나서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 호로록 마시고 근처 뒷산에 올라 전망대에서 북한산에 지는 산 그림자 구경하고 둘레길 슬쩍 돌고 내려와 집 앞에서 뜨끈한 돼지곰탕 한 그릇 먹고 귀가하여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로스트 한 편 보고 잘 준비하는 완벽한 가을날. 어디 멀리 가는 여행보다 지금은 이게 딱 좋다. 이 모든 걸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이가 있어서 더 좋아.

산책 앱의 한 화면을 가득 채운 15권의 책들이 공교롭게 모두 2024년에 구입한 책이길래 이것도 기념이다 싶어 써보는 포스팅. - 마르틴 베크 시리즈- 구병모 작가- 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과 산문집-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 그 외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1. 마르틴 베크 시리즈 시작은 김명남 번역가의 마르틴 베크 10권 완역 기념 트윗이었다. 북유럽 추리소설의 근간이 되는 시리즈의 완역이 되었으니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잘 읽고 있다. 출퇴근길과 점심시간에 들고다니기 좋은 사이즈의 책인 것도 한 몫 한다. 어느 페이지에서나 접고 다시 열어 읽기 편해서 좋다. 살인수사과 경감이지만 직장인으로, 또 가정에서는 남편이면서 부모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는 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