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지금까지 생리를 대략 270번 이상한 것 같은데 할 때마다 생소하다. 이게 내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싶은 기분이 든다. 최근 생리 증상으로는 생리 직전에 배부름 유무와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들이 폭증하다가 생리를 막상 시작하면 반대로 먹은 것도 없이 헛배부른 느낌이 들어 뭘 먹고 싶지가 않다. 어제 오늘 배가 고픈게 아닌데도 먹고 싶은 욕구가 계속 들고(여기까지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먹고 있으면서도 먹고 싶은거 몇 개든 읊을 수 있는 식탐을 늘 탑재하고 사니까) 그걸 기어코 먹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하루를 보냈다. 그러더니 기어코 오늘 피를 봤다-_- 이런걸 보면 호르몬의 농간이 다 무엇인지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이제 피를 봤으니 헛배부를 시간이 또 올 것인지. 이 헛배부..
과거에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의식적으로라도 잘 안하는 편이다. 어차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데 그런 생각해서 뭐합니까? 오늘 하루나 잘 살 일이지. 하지만 그런 생각이 한 번씩 안 드는 건 아니고, 어제오늘이 유독 그런 날이기에 찌끄려보는 포스팅 되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COVID-19라는 공식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코로나 원년인 2020년, 나의 지난 이십대를 돌아보면 인생에 두 번의 분기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대학 졸업반 무렵 인지심리학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심리학 대학원을 가려고 했던 것. 고등학교를 부득불 이과로 졸업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입시를 말아먹은 것(물론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도 이 심리학 때문이었는데, 인지심리라는게 한국에서 공부를 더 하는게 한..
초겨울에 이사온 집에서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주말 에어컨 설치를 할 예정이고, 겨울침구와 옷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외에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열고 환기를 하고, 화분을 살피고, 아침식사를 하고,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을 좀 하다 보면 오전이 금세 지나간다. 번역을 하다 늦은 점심을 챙겨먹고 해가 지기 전 자전거를 타러 나가거나 집에서 30분 정도 요가를 한다. 그러다보면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오고 집안의 조도를 낮추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이 일상을 언제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 두 달 넘게 수입이 한 푼도 없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반기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을 텐데 나의 2020년 하반기 어떻..
어제 질본 브리핑에서 이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개인과 단체에게 무엇이 달라도 달라질 것 같다. 나는 원래 출퇴근을 안했고, 지인 한두명 만나는 것 외에 모임도 거의 전무한 삶이라서 솔직히 일상의 변화가 거의 없다. 단 하나, 체육관을 다닐 수 없다는 것만이 차이라면 차이인데 작년에 워낙 체육관을 못 다녔어서 이또한 엄청난 차이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지난달 야심차게 등록한 수영장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환불받고 그만뒀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많은 이들이 출퇴근 안하고 집에 있으니까 좋겠다 라는 식의 말을 나에게 건넸지만, 주변 동료들을 둘러봤을 때 모두가 집에 있는 생활을 잘하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실력보다도) 집에 있는 생활에 특화된 인간군이 있고, 그들이 ..
프리랜서 4년차 돌입한 2020년. 역병을 맞아 지난 만3년 동안 일없다 일없다 했지만 유례없는 일없음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 그토록 거부하던 출판번역을 눈에 뭐가 쓰였는지 지난 연말 계약을 했기에 눈떠서 할 일은 있는 상태다. 하지만 통역일 전부 나가리 났고요. 상황을 보아하니 상반기 장사는 접은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한다. 돈 한 푼 들어오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3개월 생활비 현금은 통장에 쟁여놓고 사는지라 아직까지는 버틸만 하지만 이 사태가 정녕 봄 성수기를 통째로 잡아먹는다면... 3개월은 훌쩍 버틸 수 있을만한 돈을 역병이 돌기 전에 대출원금 갚는답시고 넣은 것이 통탄스러울 뿐. 역병과 경제고 이중의 이유로 체육관을 다닐만한 처지도 못되어 한강 윤슬 바라보며 1시간 자전거 라이딩하고..
소위 말하는 집안일은 여러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겠다. 1) 주기성 - (거의) 매일 해야 하는 일: 밥차리기,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핸디청소기로 머리카락 등 제거 - 주 1-2회 가량: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고 개기, 진공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 보름에 한 번 가량: 변기 및 욕실 청소, 장보기 - 그 외 비정기적인 일: 화분에 물주기이 주기에 대해서는 저마다 어떤 주기로 무슨 일을 하는지 개인적인 취향이 있을 거고, 여기에 다 적지 않은 자질구레한 일들의 예시는 한도 끝도 없다. 나도 거의 매일 해야 하는 일들, 주로 하루 삼시세끼를 먹고 치워야 하는 일이 하기 싫어서 매식하는 경우도 있고. 배달음식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기도 하고, 간도 세고, 혼..
마지막 포스팅이 11월 말인데, 벌써 2020년 2월이다. 그간 나도 모르게 내외하였네. 2019년은 어떤 한 해였나. 일 년 가운데 절반 가까운 시간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지냈고, 열흘 가량을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보냈다. 한창 일할 나이지만, '이짓도 나이 더 들면 못하겠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앞서 아프리카 대륙 출장을 왔다갔다 2년 정도 한 동기들이 "몸에 독이 쌓이는 것 같아서 더는 못하겠다"고 한 말이 무엇인지 통감했다. 장거리 비행의 피곤함과 8시간 시차가 다른 곳을 왔다 갔다 하는 일만으로도 정말 육체에 독이 쌓이는 것 같다. 하지만 또 어찌어찌 한 해를 마감했다는 것이 성취라면 성취. 하지만 작년 한 해의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은 역시 독립이지. 부동산 투어, 계약, 두 번에 걸친 이..
1. 다사다난했던 알제리 출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이 시간을 나중에 어떻게 기억할까? 체력의 한계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힘에 부쳐 12시간씩 쓰러져 잤고, 토할만큼 통역하고 번역했다. 다시는 이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 마음 맞는 이가 이 과정을 함께 해주는게 얼마나 심적 안정이 되는건지도 느꼈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입니다. 동기없이 혼자 들어오는 대형 프로젝트는 고달픔이 배가 됩니다. 그리하여 내년도 목표는 체력 증진으로 설정했다. 올한해 지독하리만치 운동을 못했다. 골병이 들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운동을 중단하고, 운동을 못하니 그나마 쌓아둔 체력을 깎아먹는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제부터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는데, 오늘 허벅지 안쪽 근육이 툭- 하고 끊어지더니 지금 왼쪽 엉덩이까지 아프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