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어나서 처음 적도 아래 남반구에 와있다. 보통은 호주나 뉴질랜드를 떠올리겠고, 서른살 이전에 남미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대학생 시절의 나도 내 첫 남반구가 킨샤사일 줄은 몰랐다. 작년 DR콩고 사업 하나가 호되게 엎어지고,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 출장도 항공권 다 끊어놓고 출국 3일 전 한 번 엎어진 탓에 콩고 땅은 못 밟아보는건가 했는데 결국 왔다. 외국인, 특히 아시아인은 현지 운전수 없이는 걸어서 1-2분 거리도 못 걷게 하고, 차를 타도 문을 모두 잠그고 출발해야 하며 창문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곳. 수도 킨샤사가 이 정도이니 지방은 아예 엄두가 안 난다. 지난 5월부로 WHO가 에볼라 바이러스 위험 국가로 지정했지만 아직까지 킨샤사에는 의심 및 확진 확자가 안 나왔다. 의심 환자가 한 ..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3년차 프리랜서 삶을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는 나날이다. 당장 다다음달 뭐하며 살지 여전히 불투명한 나날이지만, 이건 10년차가 지나도 마찬가지라고 이미 1년차 때 이야기 들었으니 놀라울 일은 없다. 재미있는 통역 일을 하고 있는 주간이라 어제 4시간 정도 자고 오늘 오전, 오후 일정 꽉 채워서 뛰고 왔는데도 뭔가 뇌 속의 스위치 한 켠이 내려가지 않아 잠이 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가 이럴바에야 그냥 포스팅이나 하자 싶어 컴퓨터를 켰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지만 뭐, 어차피 이미 새벽 1시 반이다. 지나고나니 통대 2년 시절만큼 밀도 높은 시간이 내 인생에 있었던가. 이 시기는 마치 영유아 시기 같아서 이 시기가 지나면 더이상 뉴런이 확장되지 않는 것 마냥 절대..
서울 온 지 다섯 밤 되었나? 시차적응에 대실패하였다. 우하핫! 다음주에 같은 시간대로 다시 출국하기에 시차적응을 할 이유도 없어져서_- 서울에서 그냥 저쪽 시간대처럼 살고 있다. 초저녁잠을 자는 날도, 못 잔 날도 있지만, 초저녁 잠을 잔다 한들 12시-1시면 깨서 해가 뜨면 자는 식이다. 그리고 아침부터 일처리를 하러 다니거나 오전에 좀 자도 되는 날은 느즈막히 일어나는 식으로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머리가 계속 멍하긴 해.. 내가 뭘하고 사는지 모르겠어... to do list에 미친듯이 하루에도 몇 개씩 할 일을 쓰고 지워나가며 정신없이 일을 쳐내고 있다. 뭔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나 계속 초조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와중에 화제의 영화 를 저도 보고 왔습니다. 먼저 영화를 본 동생이 일반관이 아닌..
이제 몇 시간 후면 서울 가는 장장 열 몇 시간의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시간이 또 오는구나. 늘 그렇듯 이번 출장에서도 이제까지 말로만 듣던 일들을 몸소 체험하였다. 그렇기에 모든 시간이 의미가 있었다. 새로운 입력이 없는 시간, 모든 것이 반복에 지나지 않는 시간을 내가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까지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다. 일단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은 새로운 입력을 소화하기에만도 충분히 벅차니까. 이번 출장 중에는 처음으로 청중이 200명이 훌쩍 넘는 연회장에서 순차통역을 해보았다. 통대에서 하던 모든 수업에서 그리도 중요했던 통역 브리프. 그것은 실제로도 중요했다ㅋㅋㅋ 어떤 행사에 어떤 청중에게 어떤 연사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가. 통역이 제공되는..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살짝 뛰려고 해서 이 순간을 기록해야겠다 싶었다. 이런 순간은 잘 찾아오지 않고, 찾아온 이 순간을 기억하고 살아가는게 중요하니까. [인터뷰] ‘20년 엔씨맨’이 10년간 들은 얘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제안 - 에누마 김형진기사 제목은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쩌다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인터뷰를 읽는 중에 기사 주인공인 김형진 디자이너보다 '이수인 대표'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 여기에서 이 이름을 보게 되다니! 이수인 대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늘 그렇듯) 회사원 재직 시절, 피칭 스토리를 짜내며 리절트 기사가 나와서 보고하던 때였다. ([WWDC 2013] 그 곳에서 만난 개발자 이야기 - LocoMotive Labs 이수인)수많은 개발자들, 대표들의 스토리가 있었지만..
튀니지 너무 좋다. 제 스타일이에요. 안 가고 싶을만큼 좋다... 3일만에 시차 적응 완료했고, 다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환승 시간 빼고 비행기만 15시간 넘게 탔으며(비행기, 차 이런데서 원래 잘 못 잠) 비행 시간 포함 시차적응하기까지 7-80시간 동안 나는 인간이 아니었음. 좀비 상태였고 그 와중에 낮에 관광 돌고 심지어 회의 통역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한국은 이제 설 연휴라죠. 여기는 지금 수요일이 끝났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이미 화요일부터 금요일 같았기에 ㅋㅋㅋㅋ 하지만 주말까지 이틀이 더 남았다는 사실.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 하루 일이 꿈 같다.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 쌓여 있다가 빠져나왔는데 세상에 돈까지 벌고 왔어. 음악과 몸과 스텝 밟는 소리들로 가득찬 한 면이 거울인 연습실에 4-5시간을 머물러 있다 나왔더니, 끝나고 나서도 뭔가 둥둥 떠 있는 기분. 통역이 좋은건 일하는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1000%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통역 준비하는건 괴롭고, 통역이 끝나고 나서도 못한 것만 생각나서 괴롭지만 통역하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다. 반면 번역은 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언제일까. 의뢰받은 책이 재밌을 때 그 책을 '독서'로 읽는 순간? 아니면 계약서를 쓰는 순간? 둘 다 통역하는 순간에 못 미친다. 하는 동안 괴로움은 통역의 열 배 이상인 거 같고. 다음주부터 어제 했던 ..
판교 3일 9 to 6 출근하고 저는 완전 지쳤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2번 환승하고 마을버스 타는 것은 지옥이었다. 게다가 비오는 월요일...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프리랜서로 남아있으리라 결심했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긴 하다. 그냥 결심만 해봤다. 3일 통역 일정 중에 첫날은 삐그덕 삐그덕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머지 이틀을 생각하면 이건 애교 수준이었다. 둘째날, 셋째날은 갈수록 극강. 마지막날엔 9시 반부터 5시 반까지 밥 못먹고 쉬는 시간 10분도 안가지고 중간에 화장실 눈치봐서 2번 뛰어갔다 오며 8시간 동안 full로 통역했다..... 상황 자체도 극강이었는데 이번 행사 자체에 끼어있는 주체들이 여럿이라 마지막날은 통역만 하는게 아니라 의전과 일정, 상황 등을 핸들링..
오랜만에 통역 하고 왔더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많아 쉽사리 잠이 들지 않는 김에 블로깅. 6월 내내 출판 번역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다른 일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5월 말 통역을 하고 한 달 반만에 다시 통역을 하려니 졸업하고 처음 통역 가던 그 날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게 떨렸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청소년 교류 행사라 비교적 가벼운 행사인데도 오랜만에 하려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지난 5월 말 행사와 이번 행사, 두 가지 모두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둘 다 곧이어 후속행사가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그리고 둘 다 통역이 끝나고 다음 행사 통역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통역하고 나서 가장 기쁜 피드백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이켜보면 내 부족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