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빅 리틀 라이즈>

김첨지. 2020. 12. 10. 14:10

어느샌가부터 넷플릭스에서 컨텐츠를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뭘 볼까 썸네일을 뒤적거리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아 넷플렉스에서 왓챠로 갈아탔다. 원래도 넷플릭스를 쭉 구독하기보다는 2~3달 보고, 2~3달 멤버십 끊고를 반복하긴 했었지만서도. 왓챠에서 내로라하는 시리즈 <킬링 이브>, <와이 우먼 킬>, <체르노빌>, <이어즈 앤 이어즈>를 달렸고, 지금은 <빅 리틀 라이즈>를 보고 있다. (이어즈 앤 이어즈는 너무 흥미로워서 따로 포스팅해야 할 정도지만 아마 안 하겠지..) 

리즈 위더스푼에 니콜 키드먼에 로라 던까지 이미 화려하기 그지 없는 출연진에 시즌2 들어와서는 메릴 스트립까지 얹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카운티의 한 학군을 배경으로 하는데 지구 상 어떤 가족도 파면 그 나름의 이슈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각 가정이 다 극적인 이슈를 가지고 있고, 그걸 숨기면서 사는 사람들의 거짓말이 사건을 통해 한꺼풀씩 그 속살을 드러낸다. 시즌1 초반 에피소드 한두 개는 다양한 인물의 상황과 캐릭터를 쌓는 과정이다보니 좀 지루했다. 얽히고 설킨 인물들은 늘 그렇듯 각자의 처지에서는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고, 그 행동이 타인에게는 다르게 비춰진다. 

지구인 누구에게나 그럴테지만 올 한 해는 범상치 않은 해였다. 1월 1일 정초 아침부터 반 년 간 같이 살았었던 고양이의 느닷없는 죽음을 알리는 전화로 그 문을 열더니 전세계적인 역병으로 일자리를 잃다시피하고, 가까운 이가 돌연사로 사망하고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일들이 이어졌다. 그와중에 작년 말 부모님 집에서 독립해 나와 동생과 둘이 사는 집을 꾸려나가는 첫 해이기도 했다. 본가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이 집이 아니었으면 올해는 더 힘든 한 해가 되었을 거다. 따로 살기 시작한 올 해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가족들과 발리로, 또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발리는 가기 전부터 이런저런 준비로 신경쓸 게 많았고, 두 번의 가족여행 다 다녀와서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마음을 추스리고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화목하다면 화목한 이 집안에서 나 혼자 힘들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아직 가족들에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가족 상담을 받는 건 어떨까 해서 서울시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았고 연말이라 새 상담을 들어갈 수는 없으니 12월 말이나 신년 초에 신청을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가족들이 이 제안에 응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긁어부스럼 만드는 꼴이 되지는 않을지 내 자신도 아직 확신이 없다. 주1회 8주짜리 프로그램이라 단발성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섯 명이나 되는 우리 가족 인원을 생각하면 충분한 시간은 아니고, 시작해서 제대로 끝내지 못한 심리 프로그램은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걸 잘 아니까. 가족 구성원을 제외하고 나 혼자 가족에 대한 이슈로 1인 상담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이것도 고려해 보고 있다. 

역병으로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원래도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세상이 좀 더 가속화된 것 뿐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 세상의 흐름에서 난 잘못된 파도를 탔고, 다시 물길을 돌리려면 노를 열심히 저어도 모자라고 새로 터보엔진을 달아야 할 판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현실은 뗏목이 부서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사는 모양새다. 바람이 조금 잠잠해 뗏목이 유유히 흘러가는 날은 가만히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빅 리틀 라이즈>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잠시 멈춰 글로 적고 싶었다. 오늘도 하루를 산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