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장 신중히 고르는 것 두 가지는 숙소와 여행지에서 읽을 책이다. 동선도, 식당도 내키는대로 하면 되지만 잠자리를 가리기에 숙소는 꼭 미리 예약하고, 또 다른 하나로 들고갈 책을 신중히 고른다. 요새는 사실 전자책을 보니까 여행지에서 책을 새로 살 수는 있다. 그래도 그 여행지에서 읽을 책을 출발하기 전에 정해놓는 편이다. 보통은 여행지에서 해당 장소가 아닌 다른 곳의 여행기를 읽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길인지라 서사가 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난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대체로 소설을 읽었다. 특정 여행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있고, 나중에 그 여행과 장소를 돌이켜봤을 때 그 소설이 함께 묻어나는 건 꽤 근사한 일이다. 이번에는 급히 떠나느라 무..

따뜻한 남쪽 도시에 다녀왔다. 통영에 가기 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수면양말을 꺼내신고, 비데 변좌 온도를 높이고, 후리스 후드에 패딩 조끼까지 겹쳐 입고도 춥네 생각이 들만큼 서울은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진 탓에 통영은 서울보다 따뜻하기야 하겠지만 무슨 옷을 가져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껴입고 벗을 생각으로 반팔부터 청자켓, 코트까지 한 벌씩 죄다 챙겨갔다. 낮에는 반팔만 입고 돌아다닐 정도로 따뜻해서 첫날 서울에서 입고 간 옷은 그대로 가지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얇은 옷 위주로 챙겨가서 다행이었다. 남쪽은 과연 남쪽이었다. 올 초 아빠 환갑을 맞아 가족들과 발리를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작년 여름 제주 이후 1년 2개월만의 여행이다. (발리는...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여행으로 치고 싶지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