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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수라>

김첨지. 2025. 6. 8. 22:35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말라버린 갯벌 '수라'를 담은 다큐멘터리. 그곳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고군분투기와 함께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생명들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담아냈다. 
 
방파제가 들어서 하루 두 번 오고가던 바닷물이 막히자 갯벌에 살던 조개들은 몇날며칠 동안 갯벌의 흙 속에 숨어지낸다. 며칠 후 마른 갯벌에 비가 내리자 바닷물이 들어온 줄 알고 조개들은 맹렬히 흙 위로 올라왔으나 조개들이 기다린 바닷물이 아니었고, 조개는 모두 그대로 폐사한다. 갯벌은 거대한 조개들의 무덤이 된다. 그 황량한 광경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봄여름 사이에 한국을 들러서 갯벌에서 먹이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도요새들도 먹을 것이 없어진 갯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어갔다. 
 
가슴 아픈 장면들을 꼽았지만 영화는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생명들을 보여준다. 흰발농게, 도요새, 검은머리갈매기, 쇠검은머리쑥새... 말라버린 갯벌도 아직 '갯벌'이라고,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기만 하면 수년 내로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 머릿 속에 남는다. 마른 갯벌도 우리가 갯벌이라고 부르는 한 갯벌일 수 있다. 
가마우지, 도요새처럼 문자로만 알던 단어들의 실체를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 년 전 군산 하구에서 보았던 철새들의 군무가 떠올랐다. 경이로웠던 순간. 그 광경을 목격한 누구라도 잊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영화에서도 남들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목격한 죄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새 정부가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했다. 새만금사업을 재검토하고, 해수 유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다시 한 번 군산에 가보고 싶다. 
 

수라  | TVING

마지막 갯벌 ‘수라’의 새들을 찾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서는 ‘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 오래전 갯벌에 관한 다큐를 만들다

www.tv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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