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살아오며 격동의 10-20대를 보내고, 휘몰아치는 바람과 파도에 모든 것이 출렁거리던 시기가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끝났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한 물에서 가라앉을 것들은 무거운 것부터 차례로 가라앉는 것처럼 나라는 인간에게도 다 뒤엉켜 뭐가 뭔지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던 혼탁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제법 윗물이 맑아져 가만 들여다 보면 뭐가 뭔지 조금은 보이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직 구정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10대의 나, 20대의 나와 지금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깜짝 놀란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많이 변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내가 더 좋다. 하지만 내 안의 것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침잠했다는 것을 안다. 그것들은 분명 내 안에 있다. 이제 수면 밖으로 드러..
14살인가 15살부터 같은 미용사 선생님에게 머리를 잘랐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다른 미용실에 가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덕에 해외 장기 체류 시에는 자동 장발행… 내 두피 상태, 머리결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는 셈이다. 며칠 전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는데 내가 개발 공부한다는 근황을 내 친구에게 들은 미용사 선생님이(그렇다, 내 친구, 내 가족 등 최측근 여럿이 같은 미용실을 다니고 있다…) “프랑스어 공부보다 덜 힘든가봐요. 머리카락이 하나도 안 빠졌네.“라고 하더라 ㅋㅋㅋ 아, 이렇게 알 수도 있구나. 실제로 현대소설 공부할 때가 제일 힘들었고 그때 머리숱이 2/3으로 줄었다. 통대 다닐 때는 그만큼은 아녔지만 머리카락이 좀 얇아지긴 했던 거 같고, 요즘은 뭐..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
6개월 48회차를 등록하고 1/5 정도를 수강했다. 요가원을 오가는 10분 거리의 산책으로 워밍업 겸 기분 전환이 된다. 요가원에 들어서면 하던걸 다 잊고 내 몸에 어떻게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지, 자세자세마다 집중해야 할 몸의 부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 게 너무 좋다. 몇 년 간 드문드문 출장지나 집에서 영상을 틀어놓고 요가 동작을 따라할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하고 난 다음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사바아사나로 마무리할 때면 내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있구나 라는걸 깊이 자각하게 된다. 이태원 참사 이후로 일주일에 두 번 사바아사나로 휴식과 마무리를 할 때마다 내가 내쉬는 이 숨이, 누군가는 그 숨을 쉬지 못해 허망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로 놀러오세요. 본편은 내년 2/4분기에 시작할 예정 ㅋㅋㅋ

난 보통 하루에도 꿈을 몇 개씩 꾸거든. 꿈에서 내가 처음으로 프랑스어로 말했을 때 그날 아침에 꿈에서 깨고 나서 생경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 와, 내가 꿈에서 프랑스어로 말을 하다니. 나에게 진정으로 다른 자아가 생긴 기분이었어. 그 때가 처음 어학연수로 프랑스를 갔을 때인지 그 다음에 교환학생으로 프랑스를 갔을 때인지는 지금 생각하니 잘 생각이 안 나. 둘 중에 하나인 건 확실해(라고 하면서 내 기억을 점점 못 믿겠긴 해.. 뭐 프랑스에서가 아니었더라도 프랑스에서 서울에 온 직후였겠지). 지금 생각하면 프랑스어라는 환경에 그만큼 내가 푹 담겨 있을 때였고, 그래서 꿈에서도 내가 한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말을 했겠지. 꿈의 배경 자체가 프랑스였거나. 처음으로 꿈에서 프랑스어를 말한 이후로 꿈에서 프랑..

선배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앞으로 네가 서른 살부터 서른 다섯 살까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에 따라 남은 네 인생이 많은 영향을 받을 거야. 지금은 경로를 쉽게 틀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그렇지 않거든.” 이 말은 오랫동안 내 머리속에 남아있었다. 몇 년 전 선배에게 이 얘기를 했을 때는 본인이 그런 얘기를 했었냐며 기억도 못했지만ㅋㅋ 처음 이 얘기를 들었던 당시에는 나이 다섯 살 더 먹은게 뭐라고 지금은 되고 그때는 안 돼? 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인생의 경로는 수직 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선형적 시간을 살고 있다 생각하기에 내가 걸어온 길이 화살표를 따라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있던 곳까지 돌아가려면 그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었다. 거기에 따른 기회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