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돌돌이를 하고 정수기를 닦고 이런저런 뒷정리(펜스 넘어지지 말라고 지지대로 쓴 2L 페트병에 든 물 버리고 재활용쓰레기 모아두는 곳에 넣기, 다 뜯어진 카샤카샤 잘라서 버리기, 고양이 있는 동안 제대로 환기 못 한 현관 신발장 열고 환기시키기, 고양이가 다 뜯어놓은 주방 발매트 버리고 새 발매트로 바꾸기 등)를 하며 꺽꺽대고 울었다. 이렇게 운 게 몇 년 만이지. 돌돌이를 한 차례한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그래도 조금 진정이 되었다. 하루종일 먹은 거라고는 커피 한 잔에 그레놀라 조금이 전부였지만 어쩐지 배가 고프지 않아 번역을 좀 더 하다가 6시 무렵이 되자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이른 저녁을 챙겨먹자 싶어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냉장고 위를 ..
선배 꿈을 꿨다. 프랑스 파리의 한 구제샵이었다. 시내 한복판 뒷골목에 있는 가게였는데 이상하게도 트램을 타고 가다 내렸다. 나는 안 입는 가디건, 점퍼 등 세네 개 정도 옷가지를 들고 팔러 그 가게에 처음 들렀다. 프랑스 사장과 한국인 직원이 있는 가게였다. 다행히 가져온 옷들을 그 가게에서 모두 사준다고 했다. 그런데 현금으로 가격을 쳐주는 대신 5유로짜리 김치를 사가야 한다고 했다. 가게 방침이란다. 김치 대신 5유로어치 다른 물건을 사가겠다고 하고 가게 물건을 둘러보는 중 선배가 가게에 들어왔다. 선배는 이 곳을 잘 아는 눈치였다. 어쩐 일이냐고 반갑게 인사했다. 짧게 자른 선배의 바뀐 헤어스타일에 대해 얘기했다. 선배는 자기도 이제 이런 머리도 할 줄 안다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파리는 어쩐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