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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앞으로 네가 서른 살부터 서른 다섯 살까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에 따라 남은 네 인생이 많은 영향을 받을 거야. 지금은 경로를 쉽게 틀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그렇지 않거든.”


이 말은 오랫동안 내 머리속에 남아있었다. 몇 년 전 선배에게 이 얘기를 했을 때는 본인이 그런 얘기를 했었냐며 기억도 못했지만ㅋㅋ
처음 이 얘기를 들었던 당시에는 나이 다섯 살 더 먹은게 뭐라고 지금은 되고 그때는 안 돼? 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인생의 경로는 수직 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그림이 이상하지만 적당히 이해해주길

 

선형적 시간을 살고 있다 생각하기에 내가 걸어온 길이 화살표를 따라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있던 곳까지 돌아가려면 그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었다. 거기에 따른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잃는 것은 2차원 직선의 원점을 되돌리는 것이 아닌 3차원 면적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스물아홉에 퇴사를 하고 2년 동안 천만원 단위의 돈을 학비로 들여 통번역 대학원에 가겠다는 나의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알았다. (n천만원의 비용은 단순 학비이며 기회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서른다섯에서도 몇 해가 더 지나 다시 한 번 인생 경로의 각도를 틀어보려고 꾸물대고 있다.  갈 길 잃은 블로그 시즌3 준비 중이랄까. 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내가 이번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에도 역시나 단순하게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말자... (응? 깨달음 얻은 거 맞니...) 화살표 방향대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려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그냥 지금 내가 있는 좌표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원점을 보면 뭐하니. 다시 태어날 수도 없는데. 

아직 30대가 조금 더 남아있긴 하지만 조금 이른 회고를 해보자면 스물아홉에 퇴사해 2년 동안 통대를 다니고 서른 두 살부터 프리랜서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얻은 가장 큰 가치로는 값비싼 자유를 손에 쥘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덕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도 잃지 않을 것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살아가는 이 충만한 느낌이 좋아서 짧게라도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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