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다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나왔더니 이슬비가 후두둑 떨어져서 점심도 먹을겸 카페로 피신했다가 자리 옮기러 나올 때는 해가 쨍쨍 선글라스 왜 안가지고 나왔지 후회했는데, 지금은 또 비가 미친듯이 쏟아붓네. 한국 여름 날씨 동남아 날씨 다 되었다는 말은 이제 할 필요도 없는 자명한 사실인가보다. 이번주부터 다시 더워진다 했었는데, 월요일부터 이렇게 또 비가 쏟아내리는 걸 보니 마냥 더워질 것 같지도 않다. 8월 중순 서늘한 여름날씨가 나쁘지만은 않구나. 어제 아침엔가는 맨다리가 서늘하게 느껴지더라. 8월 말로 접어들었는데 8월 한 달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붕- 떠서 8월 초를 보내고 이제 좀 정신차리고 살아야지 했더니 이 날짜네. 놀던 것도 관성이라 다시 업무 모드로 들어가는게 쉽지가 않구..
일희일비 롤러코스터 같은 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하루를 사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체육관을 가는 것이 나의 제례이다.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비우고, 몸의 움직임, 호흡에 집중을 하는 시간이 다른게 아니라 나의 명상이다. 최근 일요일에 교회를 다시 나가는데 정해진 시간에 예배당에 가서 찬양을 하고 사도신경과 교독문을 읽고, 십계명을 읽고 기도를 하고, 설교를 듣고, 성찬을 하는 이 모든 형식이 그리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것. 이게 2017년의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이것 밖에 없다.
지난주에 예정에 없이 술을 오지게 먹은 탓으로 이번 일요일 내 간을 가여히 여겨 이번 한 주는 인간적으로 맥주 한 방울 안 마시고 쉬어야지 했으나 간의 회복력이 왜이리 좋아. 이틀 쉬니 바로 술 생각이 나고 점심에 타이 식당을 가서 먹는데 맥주 한 잔(정확히는 한 병..)을 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이때 순식간에 한 자기 합리화: 1) 맥주 한 병은 술이 아니다. 음료다. 2) 회복력이 빠른 나의 간과 건강 상태를 기뻐한다. 첫 술을 먹은게 언제였을까.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고등학교 무렵에 집에서 엄마아빠가 한 잔씩 주셔서 마셔본 거 말고 본격 음주를 한 게 언젠지 첫 기억이 희미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바깥 음주를 한 건 확실한게 이미 고등학교 때 술먹고 아침에 등교를 못해봤었.... 점심시간에..
판교 3일 9 to 6 출근하고 저는 완전 지쳤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2번 환승하고 마을버스 타는 것은 지옥이었다. 게다가 비오는 월요일...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프리랜서로 남아있으리라 결심했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긴 하다. 그냥 결심만 해봤다. 3일 통역 일정 중에 첫날은 삐그덕 삐그덕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머지 이틀을 생각하면 이건 애교 수준이었다. 둘째날, 셋째날은 갈수록 극강. 마지막날엔 9시 반부터 5시 반까지 밥 못먹고 쉬는 시간 10분도 안가지고 중간에 화장실 눈치봐서 2번 뛰어갔다 오며 8시간 동안 full로 통역했다..... 상황 자체도 극강이었는데 이번 행사 자체에 끼어있는 주체들이 여럿이라 마지막날은 통역만 하는게 아니라 의전과 일정, 상황 등을 핸들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