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동거인이 영화 Her를 보길래 중간에 옆에서 잠깐 같이 봤다. 모두가 Chat GPT를 사용하는 세상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몇 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가까운 미래로 느껴졌다. 남주인공이 사만사에게 지금 뭘 하냐고 묻자, 사만사가 우리를 위한 곡을 쓰고 있다며 피아노곡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었다. 시놉시스를 읊어주면 AI가 영화를 만들어주는 서비스인 sora를 얼마 전 처음 보고 경악을 했고, AI가 음악을 하고 미술을 하는 건 이미 너무 현실에 깊숙하게 들어와 관련 종사자들의 법적 방어가 있을 정도다. (참고로 sora는 Chat GPT를 만든 Open AI에서 내놓은 서비스다.) 아,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자꾸 이쪽으로 흐르네 ㅋㅋㅋ 여튼 사만다가 피아노곡을 들려주며..
다시 단행본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다. 새로운 분야로 전업을 결심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느라 한동안 책이라고는 들여다보질 못했다. 주로 출퇴근길 지하철, 점심시간 식당에서 책을 읽는다. 처음에는 들고다니기 가벼운 시사주간지를 봤다가 좋은 소식이라고는 없는 기사에 신물이 나서 주간지 구독을 끊고 소설, 에세이, 비문학 등 단행본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요즘 어쩐지 손에 잡히는 건 소설 뿐이라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지금의 내게 소설 읽는 행위란 마치 여행과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나를 데려다놓는 일. 물리적 육체를 데려다놓을 수 없으니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짧은 찰나일지라도 정신과 사고를 다른데 놨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고 있구나. 너무 피곤하면 ..
6개월 동안 현생과 단절하고 메타버스에서 살다 나온 나 자신에게 보상이 필요해 공부를 시작한 초반에 비행기표만 끊어놓고 나머지는 출발 직전 닥치는 대로 숙소와 국내 교통편을 예약하고, 아무 사전 정보 없이 ㅇㄹ언니가 준 lonely planet 한 권만 믿고 떠난 여행이었다. 팬데믹 이후 첫 해외여행이자 통대 졸업 후 숱한 출장과 한 차례의 가족여행을 제외하고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처음 가보는 나라이지만 익숙한 서유럽 도시의 풍경들, 좋아하는 지중해 음식, 상대적으로 다정한 사람들 모든 것이 좋았지만, 이 먼 곳에 오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한동안 다시 발걸음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이제 이만큼이면 됐어, 충분해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혼자 ..

1. 올해의 소비: SK매직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2. 올해의 영화: 서울의 봄 3. 올해의 드라마: 넷플릭스 영 쉘든 4. 올해의 여행: 4월의 포르투갈 5. 올해의 책: 정세랑의 설자은 시리즈 1편 6. 올해의 공연: 아직 공연 볼 만큼 삶이 궤도에 오르지 못함 7. 올해의 특이사항: 작년에 시작한 인생 삼모작 준비의 첫 결실로 9년 만에 다시 회사원이 됨 8. 올해의 특이사항2: 부모님 집을 나와 독립해서 살던 첫 집인 망원동을 정리하고 경기도민이 되었다. 전입신고도 마쳐서 (서류상 새로운) 동거인이 생김 9. 올해의 특이사항3: 코로나 백신 5차 접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