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소설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지난 9월 말쯤 그런 바람이 불었나보다. 그러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히2 집어들고 집에 가져온 책. 장 폴 뒤부아는 말고는 모르는 사람이어서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오늘 지하철 막차를 타고 들어오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이 책의 멋진 점: - 이혼한 안나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책- 삶에서 어둡고 좁은 터널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쩐지 무작정 걷고 싶다는 욕망이 드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는 책의 모티브 자체가 그런 거였고, 에서는 잔잔한 호숫가에 와서 난데없이 죽을 것 같은 숲을 가로지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 책의 구린 점: - 그 죽을..
추석 중간에 폼롤러 로켓 배송을 받아 문질문질 몇 번 한 게 전부. 집에 운동장비를 내 돈 주고 들여본거는 처음이네. 동생이 산 아령으로 프레스 하던 때도 있었지. 혼이 나갈 때까지 로잉 머신 당기고 싶어 중고나라에 최초 입성을 해보았다. 중고가가 85-100만원이네 히밤바... 내년에 독립 안하면 셀프 생일선물, 독립하면 내후년 생일선물로 적금이라도 들까. 로잉타다 심장이 몸 밖으로 나올 것 같아 바닥에 누워 헐떡이고 싶다. 코치 선생님 내일 새 체육관에 이야기해보러 간다는데 부디 모든 것이 잘 성사되어 이번 달 운동 재개할 수 있기를ㅜㅜ 생사가 달린 문제로다.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 하루 일이 꿈 같다.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 쌓여 있다가 빠져나왔는데 세상에 돈까지 벌고 왔어. 음악과 몸과 스텝 밟는 소리들로 가득찬 한 면이 거울인 연습실에 4-5시간을 머물러 있다 나왔더니, 끝나고 나서도 뭔가 둥둥 떠 있는 기분. 통역이 좋은건 일하는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1000%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통역 준비하는건 괴롭고, 통역이 끝나고 나서도 못한 것만 생각나서 괴롭지만 통역하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다. 반면 번역은 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언제일까. 의뢰받은 책이 재밌을 때 그 책을 '독서'로 읽는 순간? 아니면 계약서를 쓰는 순간? 둘 다 통역하는 순간에 못 미친다. 하는 동안 괴로움은 통역의 열 배 이상인 거 같고. 다음주부터 어제 했던 ..
그렇지만 공기 중에 둥둥 떠 있는 연휴 분위기라는 것은 무시할 수가 없네. 연휴 동안 할 일이 많다. 당장 내일 시작하는 통역 준비를 비롯해서 번역도 좀 해놔야 하고 학원 수업 계획도 짜서 보내야 한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일 생각하면 정말이지 짜치는게 일 떨어져 갈 때는 아, 이제 뭐먹고 사나 불안한 마음이 들고 그러다가 일이 확정되면 그 때 매우 기쁘다. 특히 하던 일이 이어져서 하게 되는 경우 내가 일을 못하지 않았구나 하는 확인받는 느낌과 함께 이 순간만이 가장 기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무거운 마음 뿐임 ㅋㅋㅋㅋㅋ 즐기고 설레고 이런거 1도 없다. 이런 패턴이 영원히 지속되는 구렁텅이에 빠져부렀어. 나날이 늘어가는 성취감 같은거 조또 없어. 흑흑흑흑흑... 대부..
쌀쌀해졌다. 8월에 갑자기 쌀쌀해져서 긴팔 긴바지도 모자라 외투까지 입고 벌써 가을이 온다고? 말도 안돼 했었는데. 그런 며칠이 사그라들더니 다시 여름인가 싶게 더웠고, 오늘 아침, 점심까지만 해도 모르겠다가 6시 퇴근을 하고 나오니 바람이 찼다. 외투없이 얇은 셔츠 하나를 입었더니 춥더라. 그런데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채 6시 반도 되지 않았는데 노을이 깔려 있는 하늘을 보고, 날씨는 이랬다 저랬다 한들 해는 착실히 짧아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하루 저녁만에 추워진 것 같지만 해는 계속해서 짧아지고 있었고, 이 해는 다시 길어질테고 나는 동지를 기다린다. 밤이 가장 길지만 동지만 지나면 다시 해가 길어질거야. 하루하루 착실히.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지 않아도, 인간이 없어도, 눈있는 생물종이 없어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