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 온 지 한 달 반 가량이 되었다. 정신차리고 달력을 보니 5월 말일세. 봄이 끝나고 여름이 오는 이 계절을 사랑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지내다 오니 내가 얼마나 한 계절, 한 계절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더 크게 느낀다. 2. 애정하는 사람들과 술잔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들과 무대 공연이 그리웠다. 그래서 오자마자 국현무 안성수 감독의 을 보았고, 공연 첫째날에 보았더라면 이튿날 공연을 그 자리에서 예매해서 다시 보고 싶을만큼 좋았다. 공연 내내 열두 명의 무용수가 전부 단 한 번도 무대에서 떠나지 않고 숨쉬는 호흡마저 제어하는 흉통의 들쑥날쑥거림조차 아름다웠다. 공연 예술이 가지고 있는 생의 열기를 느끼고 싶어 무대 공연을 찾는데 그 에너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3년차 프리랜서 삶을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는 나날이다. 당장 다다음달 뭐하며 살지 여전히 불투명한 나날이지만, 이건 10년차가 지나도 마찬가지라고 이미 1년차 때 이야기 들었으니 놀라울 일은 없다. 재미있는 통역 일을 하고 있는 주간이라 어제 4시간 정도 자고 오늘 오전, 오후 일정 꽉 채워서 뛰고 왔는데도 뭔가 뇌 속의 스위치 한 켠이 내려가지 않아 잠이 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가 이럴바에야 그냥 포스팅이나 하자 싶어 컴퓨터를 켰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지만 뭐, 어차피 이미 새벽 1시 반이다. 지나고나니 통대 2년 시절만큼 밀도 높은 시간이 내 인생에 있었던가. 이 시기는 마치 영유아 시기 같아서 이 시기가 지나면 더이상 뉴런이 확장되지 않는 것 마냥 절대..
십여년만에 파리를 방문했다. 출장 다니며 파리를 경유할 때 두어번 파리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느라 시내에 나가 지인을 만난 적도 있고, 저녁 식사를 한 적도 있긴 했지만 이렇게 며칠을 묵으며 여행자처럼 다닌 적은 처음이었다. 돈없던 학생 시절 힘들게 지냈던 프랑스가 아니라 돈 싸들고 돈 쓰러 가니 매우 재미있었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았으련만, 지내는 동안 하루 빼고는 날이 좀 흐린 편이라 아쉬웠다. 흐린 하늘도 매력적인 곳이긴 하지만. 따뜻한 곳에 있다 가서 그런지 유독 더 춥게 느껴지기도 했다. 프랑스, 독일 사는 지인들은 날씨 풀린거라고 따뜻하다고 하던데 나만 추워했다_- 1. Pho 14 - 129 Avenue de Choisy, 75013 Paris 2007년 파리에서 홈스..
프리랜서 3년차.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는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통대 졸업 후 프리랜서를 시작하기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통대 입시를 결정했을 때부터, 회사를 가기 전 다니던 대학원을 중도포기하기로 했을 때부터, 학부 졸업 시절 회사가 아닌 대학원을 가기로 했을 때부터, 이보다 더 이전 시간들에서도 늘 크고 작은 선택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멀쩡히 가던 길 되돌아가는 손해보는 선택도 여럿 했고, 인생을 바꿀만한 선택을 어찌 보면 별 고민 없이 서슴치 않고 한 때도 있었다. 위에 쓴 굵직굵직한 결정 뿐 아니라, 그 순간에는 선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적 있는 무수히 많은 선택과 결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선택 하나하나가 이후의 나를 만들 거라는 걸 이만큼 체..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업을 해두는 체크리스트 앱(Wunderlist)을 쓰고 있는데, 저렇게 서가 UI에 책 표지가 깔끔하게 나오는 앱이 있다 하여 설치해 보았다. '산책'이라는 앱인데 작명 센스가 뛰어난듯. 앱 이름대로 사서 읽은 책만 올려놓고 있다. 한눈에 보기 좋아서 읽은 책 정리해 두는 용도이자 캡처해서 한번씩 블로깅할 생각으로 깐 지가 한참 되었건만 드디어 포스팅을 하는구만. 읽은지 2-3개월된 책들도 있고 하여 즉시성이 매우 떨어지는 포스팅 되시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게 이 블로그의 맛인데. 2-3개월 전 의식을 끄집어 내려니 힘들겠어. 일단 위의 여섯 권의 책 중에 완독한 책이 4권, 읽다가 멈췄는데 다시 안 읽을 것 같은 책이 1권, 현재 읽고 있는 중인 책이 1권이다. 완독: 여자를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