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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짧은 1, 2, 3.

김첨지. 2019. 5. 26. 15:57

1. 서울에 온 지 한 달 반 가량이 되었다. 정신차리고 달력을 보니 5월 말일세. 봄이 끝나고 여름이 오는 이 계절을 사랑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지내다 오니 내가 얼마나 한 계절, 한 계절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더 크게 느낀다. 

 

2. 애정하는 사람들과 술잔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들과 무대 공연이 그리웠다. 그래서 오자마자 국현무 안성수 감독의 <봄의 제전>을 보았고, 공연 첫째날에 보았더라면 이튿날 공연을 그 자리에서 예매해서 다시 보고 싶을만큼 좋았다. 공연 내내 열두 명의 무용수가 전부 단 한 번도 무대에서 떠나지 않고 숨쉬는 호흡마저 제어하는 흉통의 들쑥날쑥거림조차 아름다웠다. 공연 예술이 가지고 있는 생의 열기를 느끼고 싶어 무대 공연을 찾는데 그 에너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차고 넘치는 무대였다. 

 

3. 며칠전 넷플릭스로 <봄날은 간다>를 십수년만에 다시 보았다. 은수와 상우의 감정이 어느 한 장면 하나 버릴 것 없이 아릿하게 다가왔다. 시작하는 연인의 풋내와 한 사람이 먼저 떠나가고 나머지 한 사람이 남겨지는 쓸쓸함을 어떻게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그려냈는지,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러운 기색 하나 없더라. 좋은 영화다. 

 

4. 올 한 해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는데 벌써 5월이 되어버렸다. 한 달 간 정신없을 예정이라 올 한 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건 하반기 몫이 되겠구나. 반 년을 한 해 같이 살아야겠다. 대학 졸업 이후 만 2년 이상 같은 일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몇 년차 통번역사가 될 수 있을까. 한 커리어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선이 있다.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 것들을 쳐내며 걸어온 자들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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