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번역하는 게 다 이국적인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하나는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을 배경으로 하는 그래픽노블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물건들이 18~20세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세계화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 예를 들어 서핑 보드를 주제로 한 챕터에서는 하와이와 타히티 섬에서 시작해서 캘리포니아 베니스 비치,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해변, 필리핀 발레르 같은 곳이 주구장창 나오는 거지. 그러다보니 컴퓨터 모니터로 하염없이 이곳들의 사진을 쳐다보느라 진도가 안 나간다. 며칠 전에는 홈랜드 시즌8을 보다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보며 회교도 사원의 기도 소리와 길거리 풍경을 보니 북아프리카가 떠올라서 괴로웠다. 가본 곳은 가본 곳대로, 가보지 않은 곳은 가보지 않은 대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낯선 풍경에 나..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3년차 프리랜서 삶을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는 나날이다. 당장 다다음달 뭐하며 살지 여전히 불투명한 나날이지만, 이건 10년차가 지나도 마찬가지라고 이미 1년차 때 이야기 들었으니 놀라울 일은 없다. 재미있는 통역 일을 하고 있는 주간이라 어제 4시간 정도 자고 오늘 오전, 오후 일정 꽉 채워서 뛰고 왔는데도 뭔가 뇌 속의 스위치 한 켠이 내려가지 않아 잠이 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가 이럴바에야 그냥 포스팅이나 하자 싶어 컴퓨터를 켰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지만 뭐, 어차피 이미 새벽 1시 반이다. 지나고나니 통대 2년 시절만큼 밀도 높은 시간이 내 인생에 있었던가. 이 시기는 마치 영유아 시기 같아서 이 시기가 지나면 더이상 뉴런이 확장되지 않는 것 마냥 절대..
-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식사- 내일 근육통을 느낄만큼 운동을 한다(여기 온 이후로 근육통 느낄만큼 운동한 적 하루도 없음ㅋㅋㅋㅋ) - 샤워를 하고 두알라에서 최고 힙한 카페이자 빵집이자 식당인 메종H까지 택시 타고 10-15분 가량을 가서 커피 한 잔을 하며 독서 (두알라에서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적인데 그 중 유일하게 가격대 서울 수준. 나머지 두세군데는 서울보다 커피가 비싸다고 하여 지나만 가봤지 한 번도 안들어가봤다.) - 메종H 옆에 있는 카지노 슈퍼마켓을 가서 글렌피딕 1병과 함께 나머지 장봐야 할 것들 장봐오기 (파리 공항에서 사온 위스키 한 병 진작 다 마셨다;; 위스키 떨어지기 전에 진 사다놓은게 있어서 그거 마시며 버티고 있는데 위스키가 필요하..
1. 자려고 누웠다. 1시에 누워보는거 오랜만이다. 낮밤이 뒤바뀐건 아니고, 그냥 늦게 자고 수면시간이 줄어들었다. 6시간 넘게 잔지 꽤 된 거 같네. 내일은 한 달 전부터 날짜와 시간을 확정해서 식당 예약까지 마친 송년회가 있다! 송년회라니, 거의 내 인생 첫 송년회가 아닌가 싶네. 통대 동기들과 졸업 1주년을 기념해 만나는 자리인데, 통대 들어가면서 3월 2일에 카톡 계정 처음 만들고, 통대 졸업하고 처음 송년회도 하고. 통대 덕에 사회인 같이 산다. 카톡 안해도 되는 회사, 회식 없는 회사를 다녀서 이런게 다 처음이야. 문제는 한 달 전 모임 약속을 정할 때는 내가 이때까지는 마감을 끝내고 가볍게 만날 줄 알았지. 현실은 1) 원고 마감 못함 2) 갑자기 상반기에 넘긴 원고 교정 요청이 와서 1번 ..
1. 번역 작업이 진정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앓는 소리를 해대며 이번 상반기를 함께 한 책 번역 작업이었지만 이 일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돌아가서 해야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부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안정감을 준다니, 참 우습지만 현실이다. 마지막 원고를 탈고해서 보내고 나면 반백수로 돌아간다. 출판사에서 1차 교정 후 역자 교정을 최소 한 차례 요청해 올 테니 여름 동안에 정해진 할 일은 그것 뿐이다. 2. 지난 두 달 동안 통역하랴 번역하랴 과외하랴 중간중간 구직활동 하랴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다 보니 메모리 스팬이 아니라 집중력 스팬이 엄청 짧아졌다. 계속 쳐내고 쳐내고 쳐내고.. 하는 일상으로 살다가 6월 한 달을 번역 마무리 작업을 위한 시간으로 비워놨는데도 생각보다 진도가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