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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을 살아오며 격동의 10-20대를 보내고, 휘몰아치는 바람과 파도에 모든 것이 출렁거리던 시기가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끝났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한 물에서 가라앉을 것들은 무거운 것부터 차례로 가라앉는 것처럼 나라는 인간에게도 다 뒤엉켜 뭐가 뭔지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던 혼탁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제법 윗물이 맑아져 가만 들여다 보면 뭐가 뭔지 조금은 보이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직 구정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10대의 나, 20대의 나와 지금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깜짝 놀란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많이 변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내가 더 좋다. 하지만 내 안의 것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침잠했다는 것을 안다. 그것들은 분명 내 안에 있다. 이제 수면 밖으로 드러날 일이 없는 것 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주변의 영향을 최대한 덜 받을 수 있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게 힘써왔다. 나의 30대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앞의 문장이 되겠군. 이제 다른 사람들과 엮여서 사는 삶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한다. 어쩌다보니 맛보기로 조금씩 시작하고 있다. 남들은 20대 초중반에 하는 과업을 나는 이제서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와는 다른 내가 되어서 이제는 하기 싫은데 해야하는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써 얻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바라고 있고, 그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기분 좋은 설렘이 늘 잔잔하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힘들지만 재밌어. 이 시간들이 과연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 것인지 내가 나를 관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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