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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4년차 돌입한 2020년. 역병을 맞아 지난 만3년 동안 일없다 일없다 했지만 유례없는 일없음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 그토록 거부하던 출판번역을 눈에 뭐가 쓰였는지 지난 연말 계약을 했기에 눈떠서 할 일은 있는 상태다. 하지만 통역일 전부 나가리 났고요. 상황을 보아하니 상반기 장사는 접은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한다. 돈 한 푼 들어오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3개월 생활비 현금은 통장에 쟁여놓고 사는지라 아직까지는 버틸만 하지만 이 사태가 정녕 봄 성수기를 통째로 잡아먹는다면... 3개월은 훌쩍 버틸 수 있을만한 돈을 역병이 돌기 전에 대출원금 갚는답시고 넣은 것이 통탄스러울 뿐. 

역병과 경제고 이중의 이유로 체육관을 다닐만한 처지도 못되어 한강 윤슬 바라보며 1시간 자전거 라이딩하고 돌아와 땀 쫙 흘린 티셔츠를 벗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으로 나를 달래고 있다. 

와중에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니 다정한 지인이 크로와상 생지를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주소를 불러달라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에어프라이어에 생지 돌리면 괜찮다는 후기를 종종 봤었지만 마땅한 생지를 찾지 못해 (인터넷 검색 못하는 편) 부유하던 내게 한줄기 광명이 찾아오는 것인가. 냉장고에는 마침 또다른 지인이 보내준 이즈니 버터가 아직 남아있고요. 이번 크로와상이 괜찮으면 구입처 링크를 받아 정착해야지 하는 설렘이 귀하게 여겨져 이런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습니다요. (먹고 사는 문제에 진지한 편) 

같은 날 아침 작년 가을 행사에서 만났던 세네갈 경찰청 아저씨가 세네갈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한국 상황은 어떠냐, 그보다도 일은 요즘 어떻게 하고 있냐며 다정한 안부를 물어주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통역이 끝난 이후에도 안부를 주고 받는 인사들이 드물게 있다.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0에 수렴하고(스몰토크 못하는 편) 상대편에서 고맙게 안부를 물어와도 솔직히 말해서 귀찮게 느껴지는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다정함이 고픈 순간에는 마음이 왈랑왈랑해지고 만다. 

어제는 그전날 하루종일 비가 온 탓인지 하늘이 맑고 햇살이 따뜻했다. 거실 구석에 있던 화분을 베란다 창가 앞으로 옮겨줬다. 푸릇푸릇하고 쨍쨍한 잎사귀에 반해 데려왔는데 요즘 어쩐지 시들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아 햇빛 듬뿍 받고 힘을 냈으면 해서. 더 따뜻해지면 베란다로 옮겨서 바람도 듬뿍 쐬게 해줘야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매몰되지 말고 두 발 단단히 땅에 붙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잘 알고 있는데 울적함에 나를 맡겨버리고 싶은 하루도 있다. 그런 하루이틀을 보내고 난 다음에도 다시 작심삼일이라도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질끈 마음의 끈을 다시 동여맨다. 나를 잘 살피고 다독여 다정함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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