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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 속세와 단절되어 살았던 부트캠프 기간이 끝나고 여행을 다녀온 뒤, 그간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찬찬히 만나고 있다. 최근 근황을 나누다보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통대 2년 다닌 것부터 통번역사 프리랜서로 쌓아온 지난 시간이 아깝지 않냐는 것이다. 이 질문을 여러 번 들으면서 나는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걸 크게 아까워하지 않는데 남들이 더 아까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아까울만 하니까 아까워 하는 거겠지? 나는 이런 면에서 어딘가 셈이 잘못된 거 같기도 하다.




Winners are not those who never fail but those who never quit. 이라고 하는데 나는 프랑스어 통번역사라는 커리어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만뒀다. 차라리 코로나 시기에 깔끔하게(?) 실패했더라면 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을텐데. 애매하게 망하지도 않아서 결국 여기까지 왔다.




작년 상반기에 통번역사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이 내게 있는가, 없다면 어떤 노력을 얼마나 들여서 채워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냉혹하게 자신을 평가했을 때 전자의 질문에서 향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5년, 10년 이상을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실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해야하는 노력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그 노력의 양만큼 다른 분야에서 노력을 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더 보상이 크다고 판단해서 결과적으로 전직을 결심했다.




6개월 교육 과정을 마치고 한 달 여간 여행과 병원 투어(…)를 했다. 이력서 정비를 하고 첫 서류 지원을 한지 오늘로써 딱 한 달이 됐다. 감사하게도 오늘 면접을 본 곳에서 최종 합류 제안을 받았고, 아직 최종 결과를 듣지 못한 다른 한 곳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어디가 됐든 출근을 할 것 같다. 그만 두고 제발로 걸어나가지 않는 한 나는 어딘가로 가 있을 것이다. 인생 제3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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