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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풍경

김첨지. 2022. 2. 14. 00:49

느즈막히 늦잠을 자다 오전을 다 보내고 정오가 되기 직전 포도시 일어났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어제 사온 빵에 잼을 발라 간단하게 (점심 시간에) 아침을 먹었다. 내다버릴 재활용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매트리스 패드를 바꾸는 등 집안일 몇 가지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주중에 얘기했던 평양냉면집을 가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차에 기름을 넣고 다이소에 들러 욕실 슬리퍼 등 세네 가지 물건을 사고 십여 분 가량을 달려 평양냉면집에 도착했다. 처음 가보는 식당의 평양냉면은 고기육수와 간장맛이 너무 강했고 면발도 메밀 느낌이 덜해서 내가 좋아하는 평양냉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다시 찾아올 식당은 아니었다. 바로 근처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가 있어서 가지고 있던 쿠폰을 소진해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 언젠가부터 이러저러한 연유로 받은 스타벅스 쿠폰을 기한 내에 쓰는 게 숙제처럼 되어가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식자재 마트에 들러 몇 가지 식료품을 샀다. 장 본 물건들을 정리하고 책을 몇 장 읽으며 쉬다가 같이 게임을 하고 티비를 봤다. 그리고 3일 만에 요가를 했다. 40분짜리 클립이었는데 복근 운동을 연달아 계속하는 동작에서는 힘이 딸려서 몇 번이고 중도포기를 했다가 다시 마지막 동작을 쫓아서 하기를 반복했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땀이 날 정도로 몸을 움직였다. 밥을 지었어야 했는데 쌀을 씻어놓는 걸 깜박해서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 급하게 쌀을 씻어 불려놓고 씻고 나와 밥을 안쳤다. 저녁으로 엄마가 가져다준 LA갈비를 구워먹으려고 했는데 주중에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면서 두어 번 배달 음식을 먹으며 미뤘더니 갈비가 상해서 그대로 버렸다. 다행히 냉장고에 비비고 고등어가 있어서 1분만에 저녁거리가 마련되었고, 주중에 사둔 밑반찬 서너 가지를 꺼내고 계란 후라이를 해 상차림을 완성했다. 혼자서라면 절대 먹지 않을 밥, 국, 생선, 밑반찬으로 구성된 식사였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써본 전기밥솥은 생각보다 밥이 되는데 오래 걸렸고 그동안 햇반 하나를 돌려 나눠 먹는 도중 얼추 배가 차버렸다. 다 된 새 밥은 맛만 보고 소분해서 담아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뒀다. 설거지를 하고 나니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장본 것들로 내일 도시락을 쌀 준비를 하기엔 어쩐지 피곤했지만 계란 삶을 물을 받아 끓이고 샌드위치 속을 만들었다. 뒷정리까지 마치니 어느덧 밤 11시 무렵이다. 늦게 일어나 짧은 하루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집에 들어오는 길 차 안에서 장을 봐다주고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쓸만큼의 경제력이 있다면 더 행복할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집안일을 외주로 준만큼 확보한 시간을 그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소위 살림이라고 부르는, 나와 집을 영위해가는 활동을 아예 손을 놓고 살아가는 것은 발딛고 살아가는 감각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나는 루틴이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인지라 장봐다 밥해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그런 루틴을 잡아주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때때로 아 이런 짓을 매일 매주 매달 죽기 전까지 해야 하다니 지긋지긋하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인지하는 방식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그런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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