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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모로 누워 자는 고양이

고양이가 간 지 열흘이 되었다. 이번 방문이 몇 번째인지 세는 것보다 지난 3월부터 매달 안 온 적이 없었기에 대략 반 년의 절반 정도를 같이 산 고양이다. 한 번 오면 짧게는 보름, 길게는 3주 이상을 머물렀다. 

이 고양이는 통대 재학 시절 학교 앞 사촌언니네 살았을 때 같이 살던 남매 고양이 두 마리를 쥐잡듯이 잡아먹을 기세로 못 되게 군 사촌언니네 셋째, 양아치 고양이다. 1년 가량 같이 산 정이 있는 고양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밥 주고 똥 치우러 갈 때마다 목격했고 뭐 이런 양아치 같은 게 다 있지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 정초에는 결국 남매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급사하는 황망한 일을 겪기도 했다. 

처음 우리집에 온 것은 사촌언니 집 인테리어 공사로 3주 간 집을 비워야 하기에 한 마리는 언니 부모님이 계시는 광주 본가로,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집에 오기로 한 것이었다. 같이 살았던 정든 고양이는 너무 쫄보라 그 전에 우리집에 와서 머물렀던 3~4박 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낮에는 침대 밑에 짱박혀 절대 안 나왔고 밤에도 동생이 거실에 나오면 들어가 숨었다. 그래서 인테리어 공사 기간 동안은 쫄보 고양이가 아닌 셋째 양아치 고양이를 우리집에 보내보기로 했다. 이 자식은 쫄보와 달리 얌전한 고양이가 아니어서 걱정이었고, 실제로 첫 방문 때는 대형 사고를 여러 건 치며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함께 한 시간이 쌓여갈수록 이 양아치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양아치 짓은 다른 고양이들에게 하지 사람에게 하지는 않는다. 물론 사람에게도 이상한 짓을 종종 한다, 아니 자주 하나... 기본적으로 성격이 좀 이상한 애다-_- 혼자 사랑받고 싶은 고양이라 우리집은 다른 고양이가 없으니 제 세상이다. 그래서 저렇게 방만하게 잘 때 너무 사랑스럽다. 어디 좀 나갔다 들어오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잔뜩 부은 얼굴로 현관 앞으로 마중 나와 어서 자기를 예뻐하라며 발랑 배를 까고 뒤집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침에 눈 뜨면 침대 발치에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외에도 숱한 모습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느 집 고양이가 안 그렇겠느냐마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고양이.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며 바깥에 널려 있는 식물들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 이 고양이를 사랑하면서부터 세상 모든 고양이도 달라 보인다. 내 세계를 확장해준 고양이. 사람 옆에 있는 것은 좋아하지만 만지면 싫다고 히잉- 하는 고양이. 하지만 자기 이름을 부르면 꼬리에 모터라도 달린 양 붕붕 주체가 안 되는 고양이. 고양이가 없는 빈 집에 들어오면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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