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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집안일은 여러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겠다. 

1) 주기성 

- (거의) 매일 해야 하는 일: 밥차리기,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핸디청소기로 머리카락 등 제거 

- 주 1-2회 가량: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고 개기, 진공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 보름에 한 번 가량: 변기 및 욕실 청소, 장보기 

- 그 외 비정기적인 일: 화분에 물주기

이 주기에 대해서는 저마다 어떤 주기로 무슨 일을 하는지 개인적인 취향이 있을 거고, 여기에 다 적지 않은 자질구레한 일들의 예시는 한도 끝도 없다. 나도 거의 매일 해야 하는 일들, 주로 하루 삼시세끼를 먹고 치워야 하는 일이 하기 싫어서 매식하는 경우도 있고. 배달음식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기도 하고, 간도 세고,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데 두세끼 연속 먹기는 또 물려서 잘 시키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평소에 불을 써야 하고 설거지가 나오는 요리는 하루 1회 이상 하지 않는다. 아침은 빵이나 시리얼에 커피 정도로 먹기 때문에 별다르게 차릴 것도 치울 것도 없고, 그외 두 끼는 한 번 요리할 때 2인분(혹은 그 이상)을 해서 두 끼 연속을 먹거나 메뉴에 따라 한 끼는 냉장/냉동 보관을 해서 다음에 간단히 데워 먹을 수만 있게 한다든지, 한 끼 먹을 분량만 요리를 하고 레토르트나 냉동식품을 섞어서 먹는다. 

나는 음식하고 설거지할 때마다 매번 가스렌지와 가스렌지 주변에 튄 것들을 다 닦는 편이다. 이렇게 쓰면 엄청 깔끔떠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사온지 두 달이 넘는 동안 세탁기와 건조대가 있는 베란다에 수북이 쌓여 있는 먼지와 머리카락을 모른채 하고 단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다_- 이번 달에는 꼭 해야지.. 정확히는 10리터 쓰레기 봉투를 비우는 시점에 하려고 생각 중이다 (물론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 다수 존재). 지금 쓰는 쓰레기통이 10리터 봉투를 끼우면 쓰레기통에서 봉투를 뺐을 때 1리터 가량 용량이 남아서 그 쓰레기통을 별도로 베란다에 두고 다른 쓰레기를 채워서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5리터를 쓰기에는 애매하다). 이런 일들이 바로 비정기적인 가사일이고, 이런 게 수없이 많다.  

 

2) 주기성 카테고리 중에 어디 넣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뇌 한 켠에서는 수시로 프로세스가 돌아가는 일 

가장 대표적인 게 재고 관리다. 냉장고 및 상온 보관 식품류가 무엇이 있고 상하지는 않을지, 지금 남은 식재료로 먹을 수 있는 식단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은 무지 피곤하다. A 재료 하나만 있으면 B 메뉴를 해먹을 수 있겠는걸? 이라는 생각이 들면 집 앞 마트나 시장에서 간단하게 장을 봐오기도 한다. 항상 먹는 게 떨어지면 시기가 되면 곳간 채우듯 이마트 슥배송을 주문하거나 카트를 끌고 시장을 보러 간다. 식품류를 제외하고도 이런저런 소모품들이 뭐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모자라지 않게 주문한다. 다음번 장을 볼 때 사야할 물품들을 체크리스트에 적어두고 관리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공과금 등 돈 관리다. 두 달째 되니 각 공과금과 관리비, 대출 이자 등의 지출 시점과 금액, 지출 방식 등이 자리잡았다. 애지간한 건 거의 자동이체 해놨지만 월에 한 번 정산해서 동거인과 분담하기 위해 정리해 두고, 개인생활비와 통장 흐름 등을 살펴보는 일은 수시로 발생한다. 

 

3) 꼭 해야 하는 일 vs. 하지 않아도 사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는 일 

밥해먹기, 청소, 빨래 등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물론 집에서 밥이라고는 한 끼도 안 먹고, 한두 달 혹은 그 이상 청소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빨래도 하지 않고 매번 새 옷 사입으면서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굳이 집에 끌고 들어온 일도 있다. 내 경우에는 가드닝(중간 사이즈 화분 하나, 작은 화분 하나 달랑 두 개인 것 치고 거창한 이름인 점 주의)이다. 집안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는 나무를 지켜보는 기쁨에 대해서 다른 포스팅에서도 적은 것 같지만, 나무 키우는게 너무 재밌고 좋으니까 또 적는다. 집이 정남향이라 식물 키우기에 좋은 집인 것 같다. 봄이 되면 허브나 먹을 수 있는 작물, 과실수 같은 나무들(꽃나무는 아직 관심 없음)을 좀 더 들이고 싶은데 장기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종종 있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동거인에게 맡기고 가기에 마음이 편치 않아서 ㅋㅋㅋ 

2개월차 왕초보 가드너지만 식물을 키울 때 물주기의 중요성만큼이나 바람을 쐬게 해주는 게 중요한데 이 부분을 많이들 간과하는 것 같다. 지금 키우는 나무는 추위에 약해서 거실에 들여놓고 아침 저녁으로 환기시켜주고 있고, 겨울이 끝나면 하루종일 해가 드는 베란다에 내놓고 하루종일 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다. 물주는 것도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 이런식으로 주기보다 그때그때 흙 상태를 봐서 필요할 때 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게 더 맞는 것 같은데 최소 1년은 키워보고 다시 이야기해야겠지. 

매일매일 얼마나 자랐는지, 어디 이상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한 번씩 화분을 360도 돌려가며 나뭇잎에 앉은 먼지를 닦아주는 일만큼은 싫은 구석이 없다. 

 

4) 쓸기 vs. 닦기 

이 분류는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취미-빨래편'에 나오는 분류다. 어떤 옷을 어떤 방식으로 세탁해야 하는지가 의외로 어려워서 예전에 들었던 팟캐스트를 다시 들었다. 그러다보니 이런 포스팅을 굳이 정성스럽게 쓰고 있다_- 취미가 빨래인 팟캐스트 패널에 따르면 정리정돈은 쓸기에 해당하고 물이 필요한 일들, 광이 나는 일들은 닦기에 해당하는 일이다. 저마다 둘 중에 선호하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단연 쓸기를 선호하는 사람. 세탁기 돌리는 것보다 빨래를 널고 개는 일이 더 좋다.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보다 뒷정리를 하는 게 더 좋다. 정리정돈을 좋아한다기보다 내 공간에서 내 기준의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으면 거슬린다. 그래서 비슷한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과 사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다보니 수납에 대한 고민이 크다.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일 뿐만 아니라 지금 가진 공간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찾고 그곳에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 적절한 용품을 두는 일. 일단 지금 짜놓은 이러저러한 수납 시스템에서 좀 더 발전시키고 싶다.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이런 궁리를 하는 일도 뇌 한 켠에서 프로세스가 돌아가는 일이네. 

이런저런 방법들을 시도해보다 이거다! 싶은 방법을 찾을 때 오는 기쁨도 있다. 400그램 블록 버터를 사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너무 딱 겹치지 않게 락앤락 용기에 넣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얼음통에서 얼음 꺼내듯 한 조각, 두 조각씩 꺼내 쓰고 있는데 매우 편하다! 한국은 버터 같은 유제품이 비싼 편인데, 이렇게 한꺼번에 큰 거 사서 오래 쓸 수 있으면 그나마 살 만 하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도 고민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는 게 너무 싫어서 생수 패트병 안 사고 브리타 정수기 쓰고 있다. 브리타 정수기도 사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필터 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아예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밖의 이런저런 음료를 좋아하기 때문에 플라스틱병을 안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플라스틱과 비닐은 정말 안 나오게 하려고 해도 안 나올 수가 없다. 장바구니나 카트를 들고 시장에 가도 비닐봉투에 담지 않을 수 없고. 심하게 말해서 먹고 살고 숨쉬는게 다 쓰레기가 나오는 짓거리 같을 때도 있다. 

 

교정을 보고 번역을 해야 하는 게 쌓여 있는데 어쩐지 하기가 싫어 이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길게 적어보았다. 이제 밥먹은거 설거지하고 다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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