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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사다난했던 알제리 출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이 시간을 나중에 어떻게 기억할까? 체력의 한계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힘에 부쳐 12시간씩 쓰러져 잤고, 토할만큼 통역하고 번역했다. 다시는 이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

마음 맞는 이가 이 과정을 함께 해주는게 얼마나 심적 안정이 되는건지도 느꼈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입니다. 동기없이 혼자 들어오는 대형 프로젝트는 고달픔이 배가 됩니다.

그리하여 내년도 목표는 체력 증진으로 설정했다. 올한해 지독하리만치 운동을 못했다. 골병이 들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운동을 중단하고, 운동을 못하니 그나마 쌓아둔 체력을 깎아먹는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제부터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는데, 오늘 허벅지 안쪽 근육이 툭- 하고 끊어지더니 지금 왼쪽 엉덩이까지 아프다 ㅋㅋㅋㅋㅋㅋ 이거 나아야 운동하겠는데? 이 상태로 20시간 비행기 탈 생각하니 매우 끔찍하다.


2.



은희경의 <빛의 과거>를 알제리 비행기에 오르기 전 구입했다. 알제리에 도착한 첫 주말 읽기 시작해 방금 전 욕실에서 반신욕을 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시대 모국어 작가가 있다는건 삶의 확실한 기쁨이다.

책을 어디에서 읽었는지도 그 작품이 내게 남기는 커다란 여운이다. 알제리 관청의 지하사무실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싶지 않아 끝부분을 남겨두었고, 그건 좋은 선택이었다.

가볍게 쓰고 싶어 최대한 덜어냈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먼저 듣고 읽기 시작했는데, 왜그러한 말을 했는지 소설을 읽어나가며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통역과 번역으로 지친 뇌를 달래주는 고마운 작품이라 아껴 읽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무엇을 봐야하나.


3.
이번 출장이 올해의 마지막 출장이 될 줄 알았는데, 아마도 해를 넘기기 전 한 번 더 비행기를 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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