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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아무튼 택시>

김첨지. 2018. 6. 29. 20:49

평상시 책을 읽는 장소는 집이다. 거실 쇼파 아니면 내 방 침대. 어떤 책을 '어디서' 읽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금정연의 <아무튼 택시>는 워낙 얇은 책이기에 누구라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겠지만, 요즘은 뭐든지 오래 집중을 못하는 나날이라 하루에 책 한 권을, 그것도 장소를 옮겨가며 단번에 다 읽은 건 꽤나 오랜만이었다. 요며칠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 많은 날이다. 병원 보호자 침대에서 자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제 앞으로 부모의 보호자가 내가 되리라는 것을 처음으로 몸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집에서 이런저런 자잘한 물건들을 챙겨서 가져다 줄 사람이 오늘은 아무도 없어서 집에 잠깐 들르는 길에 예약도서로 와있다는 문자를 받고 도서관에 들러 금정연의 <아무튼 택시>를 빌렸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첫 페이지를 열었으나 집이 가까워 이십여 페이지 정도를 읽은 후 잠시 책을 덮었다.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고, 물건들을 챙겨 병원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다시 아까 읽었던 페이지부터 열어서 읽다가 소리내서 풋- 하고 웃고 말았다. 지하철 안에서. 그리고 병원에 돌아와서 중간중간 틈이 날 때마다 페이지를 재빠르게 넘겼고, 이 책을 2018년 가장 웃긴 책으로 나혼자(하지만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분명) 선정했다. 아직 하반기의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 책은 단연 2018년 가장 웃긴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인터넷 서점에서 종이책 2권을 주문했다. 한 권은 내 책장에 꽂아둘 셈이고 나머지 한 권은 당장 선물해 주고 싶은 얼굴이 떠올랐다. 대다수 저의 지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동네 주민이라면 더욱 신명나게 읽을 것이다. 정지돈의 소설을 읽고 난 후 읽는다면 더더욱 재밌을 것이고요. 

다음번 이 책을 다시 읽는 시간이 온다면 불꺼진 병원 복도에서 랩탑을 들고 나와 이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 시간까지 같이 떠올릴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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