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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의 끝을 잡고

김첨지. 2017. 10. 31. 22:44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라는 말처럼 상투적인 말을 매해 하게 되네. 지금 생각하면 통대 2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그 전에 회사 다닌 시간은 기억도 안 나고, 그보다 더더더더 전에 내가 프랑스에 잠시 잠깐 머물렀던 시간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그 시간에 같이 머물렀던 이가 한 명도 남지 않은 지금은 더더욱 꿈 같이 느껴진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던 이와의 현재적 관계란 중요한 거였어.

올 한 해는 또 어떻게 흘러갔나. 프리랜서 1년차로 사느라 수고했다. 작년 이맘 때 졸업 시험 직전이었고 내가 뭐해서 살 지 전혀 몰랐던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이 한 해의 삶이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에 들어간다는 것에 자축해야겠지. 1년은 버텨보자 라는 각오 뿐이었는데.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정확한 정산은 내년 2-3월에 해야겠지만 해가 짧아지고 날이 추워지니 한 해 다 간 것 같다.

올 3-4월만 돌이켜 보려고 해도 까마득하다. 그 당시에는 죽을동 살동 힘들었어도 힘든지도 몰랐다. 이게 뭔지 아무 것도 몰랐어서 힘든지도 몰랐어. 지금 좀 살만해 지니까 아, 그 때 나 졸라 힘들었구나. 너무 힘들어서 내 마음을 돌이켜 본다든지, 상황을 제대로 직시한다든지 하는 건 엄두도 못 냈구나. 지금도 뭘 제대로 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적어도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수용하고 처리하려고 인지는 할 수 있다. 감정을 느낄라 치면 모든 사고 회로, 아니 뇌보다 몸이 먼저 차단하며 살았던 나날이여... 감정 따위 사치였다.

제법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최악이었다. 한편으로는 나조차도 내가 낯설었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때는 아주 조금의 틈도 허용할 수 없었어서, 그 틈을 타고 둑이 무너져 홍수가 날 걸 알기라도 했나보다.

이 겨울은 또 어떤 겨울이 될까? 두렵고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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