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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에 해외여행을 몇 번 안해봤는데, 한번씩 해외를 나올 때마다 깜짝 놀란다. 모바일 기기 없이 우리는 살 수 없는거야, 이제.
입국신고서 작성하려고 가방에 볼펜 하나 챙겨왔는데 이제 종이 신고서는 아예 없고 전부 다 QR코드로 디지털 신고서를 작성하더라. 똑똑이들은 한국에서 미리 신고하고 오는 것 같던데, 난 기껏 맨앞자리 타서 제일 먼저 입국심사대를 통과했지만 신고서 쓰고 오라고 돌려보내졌다 ㅋㅋ
작년에 가족 여행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다녀와서는 환전을 아예 안하고도 수수료 없이 토스카드로 ATM에서 현지 화폐 출금하고, 카드 결제도 수수료 안 붙어서 이번에도 환전을 거의 안해왔거든. 아예 안하려고 했는데, 동료가 치앙마이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는 택시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택시비 정도만 환전해왔어. 그런데 수수료 정책이 국가마다 다른데 태국은 금액 상관없이 건당 출금 수수료가 200~250바트(약 8천원)라는 거야. 이 돈이면 밥을 두 끼를 먹는데, 안 될 말이지. 땡볕 ATM 기기 앞에서 급검색을 해보니 우리은행 환전주머니 통해서 수수료 없이 출금하는 방법이 있더라고. 이건 최소 금액이 3천 바트(약 14만원)부터 출금 가능이어서 일단 3천 바트 뽑아서 쓰다 현금이 떨어져가는데, 다시 3천 바트를 출금하는 건 오바 같은 거야.
태국은 GLN(글로벌 어쩌구 네트워크)라고, QR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어서 야시장 같은데 가도 노점상에서 QR 결제가 가능하다는 거야. 야시장은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ㅋㅋ 다짜고짜 QR 코드 찍으니까 결제가 안 되어서 찾아보니 이건 사전등록을 해야하더라. 말레이시아에서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국내에서 쓰던 체크카드 한 장 들고가면 되니까 편하던데. 사전 등록 시 신분증 필수인데 신분증 아무것도 없어서(여권 숙소에 두고 다님) 다행히 아이패드에 신분증 사진 찍어둔 게 있어서 그걸로 등록했다. 머니 충전을 해두고 결제를 해야 한다던데 아직 실제 결제는 안해봤고, QR 코드 스캔하는 화면에 비춰지는 환율 보니 그 무엇보다 싸다. 진작 이걸로 할 걸 ㅋㅋㅋ 이래서 사람이 뭘 알아보고 와야 하나봐. 하지만 난 이제 진짜 글러먹어서 비행기, 숙소 예약만 하고 아무것도 안 알아보고 와서 숙소에 누워서 그제서야 검색하는 사람이 되어버림...
사실 이제 숙소에서 검색도 잘 안하고, 제미나이한테 나 지금 현재 위치 어느 동네인데 어디 가면 좋겠냐고 물어봐서 알려주는 데 가는 사람임. 지금도 밥 먹으면서 제미니한테 에어컨 나오는 실내 있고, 책 읽거나 작업할 수 있는 카페 알려달라고 해서 제미니가 알려준 카페 와서 블로그 쓰고 있다. 어제는 커피도 마셨고, 밥도 먹어서 조용히 좀 쉴만한 데 알려달라고 했더니 태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디자인 센터 알려줘서 거기서 힐링하고 왔다. 갤러리도 있던데, 지금은 전시 일정이 없어서 갤러리는 안 열어뒀고,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처럼 디자인 관련 서적 있는 도서관 같은 공간인데, 빈백 있는 1인 사무실 같은 공간도 있어서 노트북 들고 작업하러 온 사람들 많더라. 나중에 치앙마이 한 달 살기 같은 거 하러 오면 연회원권 끊어서 매일 여기로 출근하면 되겠다고 생각함. 이런걸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리스트업 딱딱 해서 주는 제미니 칭찬해.
여행의 의미가 많이 바뀐 건 디지털 세상이 된 탓도 있겠지만 내가 여가 시간을 극단적으로 쉼(휴식)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된 데에도 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야시장 같은데는 돈 주고 가라고 해도 가기도 싫고, 재즈바도 사람 득시글거리고 평소 안 듣던 데시벨의 소리에 귀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달까. 그냥 숙소에서 임윤찬 라이브 실황이나 틀어놓고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식당에서 그랩으로 음식 배달시켜 먹는 게 내 휴가다. 할일이라고는 수영장 선배드에 끝내주게 누워있다가 한번씩 수영장 들어가서 개헤엄 좀 치다 다시 또 선배드에 누워있고, 마사지나 받으러 가는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에서도 이런 시간을 보낸다면 좋겠지만 서울은 어쩐지 시계 태엽이 빨리 감겨서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