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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답게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다보면 모퉁이를 돌기 직전에 위치한 타파스 레스토랑.
토요일 저녁 예약 없이 방문했더니 만석이었다. 다음날 예약을 할까 했더니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한 시간 뒤 예약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숙소로 돌아와 조금 누워있다 시간에 맞춰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몇 달 간 이어지던 강행군 일정을 막 마치고 13시간 30분, 그리고 환승 후 다시 3시간여의 비행이라는 초장거리 여행 일정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녔다면 13시간 30분까지는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은 어느덧 리스본 4일차였지만 여전히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하루에 5시간도 채 자지 못한 며칠이 이어지자 너무 피곤했다. 숙소에 잠깐 들어와 눕자 이대로 다시 나가지 않고 자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런 피곤함을 이끌고 다시 방문한 식당은.. (같이 여행한 동생의 표현에 따르면) 유럽 고인물인 내가 가 본 식당 중에 손꼽을 만한 식당이었다. 20대 학생 때는 돈 없이 여행해서 좋은 곳을 많이 가보지 못했지만, 출장길 들락날락한 유럽, 북아프리카 경험까지 치면 제법 미식 경험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서유럽 고인물 증거 자료

 
타파스 레스토랑답게 메뉴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메뉴를 맛보기 좋았다. 첫 번째 메뉴를 먹자마자 다음날 열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내일 연다면 무조건 다시 올 텐데, 월요일 아침에 도시를 떠나야 하는 여정을 변경할 수만 있다면 변경하고 싶었다. 

식당에서 추천한 셰프 스페셜티 바칼라우 요리
Autumn nest

추천해준 세 가지 메뉴 중 먼저 두 가지를 주문했다. 처음 서빙된 메뉴인 어텀 네스트는 샬롯을 얇게 채썰어서 튀긴 다음 버섯 등 각종 야채와 반숙 계란, 파프리카 가루가 살짝 뿌려서 전부 다 섞어서 먹으라고 했는데, 채썰어 튀긴 샬롯은 뢰스티와 비슷한 식감이었다.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다. 두번째 메뉴는 포르투갈의 대표 식재료인 바칼라우(대구) 요리였다. 전날 다른 식당에서 먹은 바칼라우 요리는 생선과 계란을 야채와 함께 볶아서 원형 틀에 담아줬는데 맛은 동남아 느낌을 뺀 팟타이(?) 같았다. 이곳의 바칼라우는 맨아래  토마토, 가운데는 시금치를 층층이 쌓아 올렸다. 시금치에서 꼭 취나물처럼 익숙한 향이 났다. 시금치라고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절대 시금치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며칠 후 다른 남쪽 도시에 와 브레이크 타임에 문을 연 몇 안 되는 카페테리아에서 시킨 바칼라우도 겉껍질은 튀기듯 굽고, 안에 생선살은 시금치와 같이 나온 걸로 봐서 바칼라우와 시금치를 같이 요리하는 건 포르투갈식인가 보다. 지역색을 띤 메뉴를 셰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려서 요리하는 곳 같다.

두 가지 메뉴 모두 맛의 조화가 대단해서 단박에 내일 열지 않는 이 곳이 야속해지며.. 다시 오지도 못할 이곳에서 다음 메뉴를 뭘 시켜야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처음 메뉴를 설명해줬을 때 세 가지 메뉴를 추천해줘서 나머지 추천 메뉴를 시켜보기로 했다.
 

Prawn tartare with the special chef sauce

스페셜 셰프 소스라니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올바른 선택이었다.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미와 감칠맛의 조화 무엇...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소스였다. 탱글탱글한 새우와 소스가 너무 잘 어울렸다. 다시 오지 못할 곳이지만 다시 올 수 있다면 무조건 첫번째 메뉴로 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Pork cheeks in red wine sauce

바로 옆 테이블에 덴마크에서 온 커플이 있었는데 그들은 리스본에 막 도착했다고 한다. 그들의 테이블을 보고 소고기인 줄 알았는데 돼지고기였다. 덴마크 커플도 우리 테이블을 보고 다음주에 다시 방문해서 새우 타르타르를 시키겠다고 했다🙂 고기는 폴드포크처럼 아주 부드러웠다. 그리고 소스가 역시나.. 담백한 고기를 잘 감싸주고 간도 적절했다. 처음에 시킨 화이트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기도 해서 레드 와인 한 잔을 추가로 주문했다. 여기까지 먹으니 아무리 타파스라고 해도 배가 불렀지만 디저트를 안 먹어볼 수 없지.. 크림 브륄레, 파나코타 등 네다섯 가지 종류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치즈 케이크를 시켜보았다.

치즈 케이크

그리고 인생 top 3 치즈 케이크를 만났다... 식감은 케이크와 푸딩 중간 정도의 촉촉한 식감이었다. 모든 메뉴가 그랬지만 케익도 역시 한 입 한 입 줄어들어가는 게 아쉬웠다. 
 
2년 전 이곳을 방문한 다른 블로그 포스팅을 보니 계절마다 바뀌는지 일정 시기마다 바뀌는지 스테디 같은 메뉴가 일부 있었고, 2/3 가량은 다른 메뉴였다. 이 식당 덕분에 다시 리스본을 방문하고 싶다.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셰프와 스태프에게 감사드리며, 리스본을 방문하는 분들은 꼭꼭 들러주세요. 미리 예약하고 가시면 더 좋아요. 

식당 전경

https://goo.gl/maps/hpdDfEZQLyfsDAJY7

A Venda Lusitana · R. do Telhal 75, 1150-345 Lisboa, 포르투갈

★★★★★ · 음식점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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