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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 근황

김첨지. 2021. 8. 20. 11:32

고양이가 와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식물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물 말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매일 화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상태를 체크할 정도는 아닌 것. 최근 화분들은 대체로 잘 지낸다. 이 집에서 두 번째 여름을 났다. 작년 여름은 어마무시한 장마였어서 여름 동안 화분들이 전부 얼음 상태였다. 장마 탓도 있지만 정남향 집이라 여름에는 해가 깊이 들어오지 않아 그런걸까 했는데 두번째 여름을 나고 나니 작년이 장마 특수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바질을 들이며 바질 뿐 아니라 늦여름 쑥쑥 자라는 화분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1. 바질

바질 얘기를 시작했으니 바질부터 가볍게 써볼까. 비료 사러 동네 꽃집을 갔다가 늘 그렇듯 빈손으로 나오는 법이 없이 3천원짜리 포트에 담긴 바질을 사왔다. 위로도 쑥쑥 자라고 잎도 뻥 좀 보태서 큰 잎은 작은 깻잎만하게 커지더라. 그만큼 물도 엄청 많이 먹었다. 이틀에 한 번도 부족해서 잎이 금방 시들시들 쳐졌고, 물만 주면 바로 쨍쨍하니 기운을 되찾았다. 중간중간 한두번 큰 잎 위주로 따서 파스타할 때 넣어먹기도 했는데 어느 시점에서는 한두 장 따서 될 수준이 아니었다. 바질 먼저 키웠던 친구가 한꺼번에 잎을 많이 따면 죽는다고 해서 아랫잎을 쭉 따서 바질페스토를 해먹기도 했다. 그이후로도 위로 키가 너무 자라 위쪽 줄기를 잘라서 물꽂이를 했더니 이게 또 열흘도 안되어서 뿌리를 내더니만 보름 정도 지난 지금 폭풍 뿌리가 자라 조금 큰 박카스 병으로 옮겨주고, 새로 줄기를 잘라서 작은 병에 물꽂이를 해놨다. 둘 다 어느 정도 뿌리를 내면 같이 흙에 옮겨 심어줄 생각이다. 이제 여름도 끝물이라 폭풍 성장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가을겨울을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 

 

2. 로즈마리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화분. 지난 봄 분갈이 이후 조금 큰 화분으로 옮겨줬는데 생각만큼 쑥쑥 자라진 않는다. 새 잎을 적당히 내고는 있는데 덩치가 커지는 정도는 아니어서 화분 사이즈에 비해 한참 작은 느낌. 그리고 로즈마리도 물꽂이하다가 뿌리가 적당히 나서 새끼 손가락만한 줄기 하나를 작은 화분에 심어놨는데 이것도 모체와 마찬가지로 새 잎은 적당히 한두개씩 올라오다 말다 하는데 커지지는 않고 있는 상태. 안 죽고 잘 지내지만 2년차부터 성장세는 크게 없는 로즈마리를 어찌 폭풍 성장하게 하는건지... 로즈마리 때문에 비료를 사온 것도 있는데 고체 질소비료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액체비료를 사서 꽂아놔 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3. 올리브나무 

지난 겨울 사온 애기 올리브나무는 플라스틱 포트에서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 중 건조하게 키운답시고 이번 여름 물 때를 한 번 놓쳤더니 정말 하루아침에 잎을 후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둑 떨어뜨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화분 들여다보는게 첫 일과인데 올리브나무 주변에 진짜 잎이 수십개가 떨어져 있었고 포트를 들어올리니 그 수가 두 배가 되어 백여장이 떨어졌다 ㅋㅋㅋㅋㅋㅋ 순간 패닉... 전날까지도 별탈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럴 수가 있나...? 당황해서 찾아보니 물말림이 심하면 잎을 떨구는데 다시 물을 잘 주면 잎을 떨궈낸 자리에도 새 잎이 난다고 해서 진정을 했다. 잎 떨군지 보름~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다행히 몇몇 가지에서 새 잎을 뿌직뿌직 올리고 있다. 다시 처음처럼 풍성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식생이라 한여름 습한 기운을 걱정한 나머지 물을 너무 적게 줘도 문제라는 것을 이렇게 또 한 수 배웠다. 

 

4. 파키라 

봄에 분갈이하며 삼형제를 분리해 하나씩 화분 차지하는 파키라는 자기 공간을 되찾자 세 그루 모두가 신나게 새 잎을 내고 있다. 어제 화분 세 개 중 하나를 엄마에게 보냈다. 새로운 화분을 들일 준비를 하느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후후후.. 

 

5.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는 작년 냉해 이후에 수형이 볼품없어졌는데 그래도 대견하게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잘 자라고는 있다. 최근에 EM 용액을 얻어서 섞어서 물을 줘봤는데 그덕인지 최근 나온 새 잎들은 맨처음 우리집에 왔었을 때처럼 적당한 잎 간격과 은색빛이 살짝 도는 아름다운 빛깔의 잎을 내고 있다! 정말 볼품없는 힝구 상태의 나무가 되어버렸지만 워낙 키우기 힘들다는 얘기들에 죽이지 않고 이만큼 살려두고 있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 화분이다 ㅋㅋㅋ 작은 토분에 담겨 온지도 이제 1년인데 분갈이를 안해줘서 흙에 영양분이 모자라 힝구같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가을 분갈이를 할 생각은 없으니 중간중간 비료 줘가며 내년 봄까지 지내봐야지. 

 

6. 백사철 

벌레 맞고 약 뿌려 죽지 않고 살아는 났지만 그나마 살아남아 몇 장 안 남은 잎들도 상한 상태였다가 여름의 기운을 받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백사철! 토종 식생은 병충해를 입어도 제계절을 만나면 다시 잘 자라는구나를 경험했다. 여기저기 온갖 줄기에서 새 잎이 올라와 다시 처음의 모양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런데 백사철도 새 잎이 올라오는 시기에 내가 물주는 시기를 조금 늦게 줘서 수분이 부족했는지 새 잎이 말린 상태로 나버린 것도 몇 장 있다. 그 이후로 속흙까지 안 말리고 겉흙만 마르면 물주는 식으로 물을 조금 더 자주 주고 있다. 백사철도 작년 초가을에 플라스틱포트에서 화분으로 옮긴 이후 흙갈이 한 번 해주지 않아 아마 영양분도 모자를텐데 이만큼 자라주고 있는 것이 너무 기특하다. 

 

7. 크루시아 

크루시아 3호도 저세상으로 건너갔다... 크루시아는 우리집에서 키우기가 왜이리 힘든건지 흑흑. 관엽식물을 사랑하는데 관엽식물과 이 집이 안 맞는 것인지 내 손이 문제인지... 당분간 크루시아는 들이지 않는 것으로 흑흑흑.... ㅇㄹ언니에게 뱅갈 고무나무 삽목한 포트를 받아오기로 하여 크루시아 대신 잘 키워보는 것으로 관엽식물에 대한 나의 외사랑을 갈음해 보기로 한다. 식집사 레벨업하는 시기가 오면 다시 크루시아 중/대품을 꼭꼭 키워보리라... 크루시아가 죽고 빈 화분에는 올리브나무 소생이 좀 자리를 잡으면 채워넣어줄 생각이다... 

 

8. 호접란 

처음 키워보는 꽃나무. 꽃잎을 다 떨군 서양란 꽃대를 싹둑 잘랐더니 봄여름을 나며 새 잎을 세 장이나 냈다! 한 해에 새 잎이 두세 장 정도 난다더니 처음 화훼마트에서 사온 플라스틱비닐째 그대로 키우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물은 한 달에 한 번 줄까말까 하며 비닐에 든 수태 그대로 두고 있다. 뿌리 일부는 상한 것도 보이지만 건강한 뿌리가 그걸 상쇄할만큼 기능하고 있는 것 같아 건드리지 않고 그냥 냅두고 있다. 그러다 어제 오랜만에 요기조기 살펴보니 뒤쪽에 뭔가 뾱뾱 새로 나고 있다? 시기상 꽃대가 올라올 시기는 아닌 것 같고 아마 공중뿌리가 나고 있는 거인듯? 10월 정도 낮밤 온도차 클 무렵에 베란다 내어놓고 물말리면 생존 위기를 느껴 번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꽃대를 올린다는데 가을에는 베란다에 내어놔볼 생각이다. 이번 겨울 호접란 꽃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두둥 

 

9. 꽃기린 

봄에 분갈이하며 파키라 심을 화분이 모자라 동네 꽃집 급하게 갔다가 빈손으로 또 못오고 사온 3천원짜리 조그마한 포트에 담긴 꽃기린은 진짜 기린마냥 쭉쭉쭉쭉 자란다. 처음 사올 때보다 키가 두 배는 된 듯 ㅋㅋ 그동안 꽃대 올리고 떨어지고 꽃대 올리고 떨어지고를 수십번은 반복한듯. 저 작은 포트에서 얼마만큼 자라는 건지 그냥 냅두고 있다. 

 

10. 마오리소포라 

이게 끝인가? 하고 베란다를 내다보니 마오리 소포라를 잊었군 ㅋㅋㅋㅋ 봄 분갈이 이후 똥글똥글 자그마한 잎을 끊임없이 하엽만 하고 있는 마오리 소포라 ㅋㅋㅋㅋ 수형은 정말 내가 원하는 지그재그 멋있음 그 자체고, 중간에 딱 한 번 새 잎이 나왔다. 지난 겨울 실내에서 폭풍 성장했었는데 남향집 여름철에서는 원래 이렇게 얼음으로 지내는건지 뭔지... 가을겨울 해가 깊이 드는 계절을 다시 한 번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 

 

사진 한 장 없는 식물 근황은 여기까지. (사진 올리기 귀찮...) ㅇㄹ언니네서 받아올 선인장과 고무나무를 기다리며 인터넷으로 토분을 또 구매했다 ㅋㅋㅋ 무화과나무 사러 화훼마트 갔어야 했는데 여름도 끝나가버리고 있네. 더이상 화분 늘리면 안 될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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