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런데이 6주차

김첨지. 2021. 7. 28. 10:07

무난하게 8주차까지 갈 것 같다고 한 사람 누구지요...? 폭염과 무더위를 얕보고 함부로 씨부린 나, 반성합니다. 

무슨 일이든 방심과 과신이 최대의 적이라는 점을 이렇게 또 한 번 깨닫는다. 런데이 30분 달리기 트레이닝은 1분 달리기 인터벌 다섯번(달리기 중간에 2분 걷기)으로 시작해서 1분 달리기 여섯 번, 1분 30초 달리기 다섯 번, 1분 30초 달리기 6번, 2분 달리기 다섯 번 이런 식으로 조금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간다. 1분에서 1분 30초로, 1분 30초에서 2분으로, 2분에서 2분 30초로 시간이 늘어날 때 다섯번 달리기를 한 번 더 해서 안정감을 만들어주고 그다음 여섯번 달리기로 올려나가는 식이다. 이렇게 1분 달리기 다섯 번 총 5분 달리기에서 시작해 3분 달리기 여섯 번 총 18분 달리기까지 왔던 게 지난 5주차였다. 3분부터는 30초씩 늘어나는게 아니라 4분 달리기 다섯 번으로 바로 1분이 늘어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1분 늘어난 4분이 엄청 길어보였고 내가 4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달렸다. 하지만 막상 달리니 4분 달리기 다섯번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 달리기인 5분 달리기 네 번을 앞두고는 4분 달리기 다섯 번으로 20분 달리기를 두 번 해봤으니 5분 달리기 네 번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을 거라고 방심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똑같은 20분이더라도 4분 달리기 다섯 번과 5분 달리기 네 번은 아주 달랐다. 게다가 지난 5주차까지는 한여름이라고 한들 중간중간 스콜 같은 소나기가 자주 내려 한낮의 더위가 그래도 한풀 꺾인 상태로 밤 달리기를 하는 거였다. 며칠째 비라고는 한 방울 내리지 않고 연일 최고 온도 36~38도를 갱신하며 열대야가 계속되는 나날이 이어지자 달리기를 하러 나선 밤에 집을 나가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전까지는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며 지내지 않았고 달리기하고 들어온 후 에어컨을 틀고 샤워하는 수순이었는데 며칠째 계속되는 폭염에 하루종일 에어컨을 켠 집 안에 있다가 밖을 나가니 더 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웜업으로 걷기할 때부터 몸이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밥 먹고 얼마 안되서 걷거나 달리면 하복부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좀 달리면 몸이 풀리겠지 싶어 계속 달리기를 이어나갔는데 두 번째 달리기부터는 양쪽 명치가 아프더니 세번째 달리기를 끝내고 중간 2분 걷기 휴식을 하는데도 몸이 회복되지 않고 마지막 네번째 달리기를 하면 좀 오버해서 피를 토하지 싶은 ㅋㅋㅋㅋㅋ 도저히 마지막 달리기를 끝낼 수가 없어서 그때부터 그냥 달리기를 포기하고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6주 2회차 프로그램은 이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무더위와 열대야가 2주 이상 지속될거라는 예보를 보며 앞으로 달리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여기서 포기하기는 지난 한 달 반의 시간이 아까웠고, 무엇보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 몸과 마음의 기운이 스멀스멀 차오르는 기분을 놓치기가 싫었다. 오랜만에 운동하는 삶의 궤도에 올라탄 느낌이었는데 달리기를 이대로 못하게 되면 한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어떤 다른 운동을 해야할지 몰랐다. 5분 달리기 네 번 실패 후 이틀 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옷을 챙겨입고 나갔다. 이제까지 보통 한강으로 나가 달렸는데 한강에 가기 전 구민체육센터에 있는 트랙을 달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섰다. 한강변을 달릴 때 느낄 수 있는 바람은 없었지만 트랙에 우레탄(?)이 깔려 있어서 달릴 때 확실히 충격이 적어서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이틀 사이에 무더위에 몸이 적응을 했는지 웜업 걷기 할 때부터 이틀 전보다는 훨씬 더 몸이 가볍게 느껴졌고 달릴 때도 몸이 가벼워 평소보다 페이스를 조금 높여서 5분 달리기 네 번을 완주했다. 트랙을 돌고 돌면서 커다란 보름달이 보였고 달리기 끝이 다가올 수록 무언가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무리 걷기까지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서 이제까지 달리기를 하고 들어가는 중에 가장 뿌듯한 기분에 차올랐다. 한 번 실패 후 재도전에 성공하니 짜릿한 기분마저 들었다. 

5분 달리기 네 번 이후 7분 달리기 세 번까지 성공했다. 전체 달리기 시간은 20분에서 21분으로 1분 늘어난 것이지만 5분에서 7분으로 갑자기 훅 2분이 늘어난지라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달렸더니 생각보다 무난하게 달리기를 마쳤다. 이제 앞으로 남은 2주는 같은 시간을 달리는 구간 없이 10분+10분 달리기, 10분+12분 달리기, 10분+15분 달리기, 5분+20분 달리기, 25분 달리기 그리고 대망의 30분 달리기로 막을 내린다. 내가 과연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2주 안에 끝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여름이 가기 전에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이상 나는 포기하지 못할 거다. 이 여름에 힘써서 하고 있는 건 달리기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지. 

 

 

지난 한 달 반 동안 10시간, 71킬로미터를 달렸다. 차곡차곡 쌓인 숫자가 가져다주는 성취감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