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라는 말처럼 상투적인 말을 매해 하게 되네. 지금 생각하면 통대 2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그 전에 회사 다닌 시간은 기억도 안 나고, 그보다 더더더더 전에 내가 프랑스에 잠시 잠깐 머물렀던 시간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그 시간에 같이 머물렀던 이가 한 명도 남지 않은 지금은 더더욱 꿈 같이 느껴진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던 이와의 현재적 관계란 중요한 거였어. 올 한 해는 또 어떻게 흘러갔나. 프리랜서 1년차로 사느라 수고했다. 작년 이맘 때 졸업 시험 직전이었고 내가 뭐해서 살 지 전혀 몰랐던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이 한 해의 삶이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에 들어간다는 것에 자축해야겠지. 1년은 버텨보자 라는 각오 뿐이었는데.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정확한..
화제의 노벨상 수상작을 읽었다. 노벨상 탔다고 해서 책을 사 보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책을 주문하고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책을 받아보니 수상 발표 후 새로 찍은 16쇄 판본이었다. 이 책을 뭐라고 이야기하면 좋을까. 그보다 먼저 나중에 이 책을 떠올리면 2017년 가을과 예술의 전당까지 왔다갔다 하는 출퇴근길, 그리고 토요일 오후의 조선일보 미술관 앞 카페가 생각날 것이다. 이렇게 떠올리면 그 시간, 그 장소가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박완서의 을 생각하면 봄날의 교토가 떠오르고, 줌파 라히리의 를 생각하면 한여름의 야쿠시마 섬, 그리고 가고시마가 생각난다. 하루키의 은 군산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고, 는 2호선 출퇴근길과 평일밤 침대 위에서 마지막 장을 넘기던 순간..
12시가 좀 넘으면 잠이 온다. 비교적 쉽게 잠을 청하고 있다. 그런데 4-5시쯤 깨서 한 시간-한 시간 반 동안 잠을 다시 못 잔다. 쇼트 슬리퍼가 아니기에 저때 깨서 하루 시작을 못한다. 가족들 출근하는 시간까지 되어버리면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잠을 더 못자고, 좀 조용해지면 1-2시간 더 자고 일어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알람 맞추고 강제기상하지 않으면 대체로 요런 패턴. 밤에 팟캐스트 켜지 않고도 잠드는건 고무적이다. 중간에 깨는 것만 없으면 더 좋겠네. 배고파서 깨는가 싶었는데, 어제는 배불리 먹고 잤는데도 이러네. 온도 조절이 안되나.
한 번씩 소설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지난 9월 말쯤 그런 바람이 불었나보다. 그러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히2 집어들고 집에 가져온 책. 장 폴 뒤부아는 말고는 모르는 사람이어서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오늘 지하철 막차를 타고 들어오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이 책의 멋진 점: - 이혼한 안나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책- 삶에서 어둡고 좁은 터널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쩐지 무작정 걷고 싶다는 욕망이 드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는 책의 모티브 자체가 그런 거였고, 에서는 잔잔한 호숫가에 와서 난데없이 죽을 것 같은 숲을 가로지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 책의 구린 점: - 그 죽을..
추석 중간에 폼롤러 로켓 배송을 받아 문질문질 몇 번 한 게 전부. 집에 운동장비를 내 돈 주고 들여본거는 처음이네. 동생이 산 아령으로 프레스 하던 때도 있었지. 혼이 나갈 때까지 로잉 머신 당기고 싶어 중고나라에 최초 입성을 해보았다. 중고가가 85-100만원이네 히밤바... 내년에 독립 안하면 셀프 생일선물, 독립하면 내후년 생일선물로 적금이라도 들까. 로잉타다 심장이 몸 밖으로 나올 것 같아 바닥에 누워 헐떡이고 싶다. 코치 선생님 내일 새 체육관에 이야기해보러 간다는데 부디 모든 것이 잘 성사되어 이번 달 운동 재개할 수 있기를ㅜㅜ 생사가 달린 문제로다.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 하루 일이 꿈 같다.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 쌓여 있다가 빠져나왔는데 세상에 돈까지 벌고 왔어. 음악과 몸과 스텝 밟는 소리들로 가득찬 한 면이 거울인 연습실에 4-5시간을 머물러 있다 나왔더니, 끝나고 나서도 뭔가 둥둥 떠 있는 기분. 통역이 좋은건 일하는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1000%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통역 준비하는건 괴롭고, 통역이 끝나고 나서도 못한 것만 생각나서 괴롭지만 통역하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다. 반면 번역은 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언제일까. 의뢰받은 책이 재밌을 때 그 책을 '독서'로 읽는 순간? 아니면 계약서를 쓰는 순간? 둘 다 통역하는 순간에 못 미친다. 하는 동안 괴로움은 통역의 열 배 이상인 거 같고. 다음주부터 어제 했던 ..
그렇지만 공기 중에 둥둥 떠 있는 연휴 분위기라는 것은 무시할 수가 없네. 연휴 동안 할 일이 많다. 당장 내일 시작하는 통역 준비를 비롯해서 번역도 좀 해놔야 하고 학원 수업 계획도 짜서 보내야 한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일 생각하면 정말이지 짜치는게 일 떨어져 갈 때는 아, 이제 뭐먹고 사나 불안한 마음이 들고 그러다가 일이 확정되면 그 때 매우 기쁘다. 특히 하던 일이 이어져서 하게 되는 경우 내가 일을 못하지 않았구나 하는 확인받는 느낌과 함께 이 순간만이 가장 기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무거운 마음 뿐임 ㅋㅋㅋㅋㅋ 즐기고 설레고 이런거 1도 없다. 이런 패턴이 영원히 지속되는 구렁텅이에 빠져부렀어. 나날이 늘어가는 성취감 같은거 조또 없어. 흑흑흑흑흑...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