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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어제 하루 일이 꿈 같다.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 쌓여 있다가 빠져나왔는데 세상에 돈까지 벌고 왔어.
음악과 몸과 스텝 밟는 소리들로 가득찬 한 면이 거울인 연습실에 4-5시간을 머물러 있다 나왔더니, 끝나고 나서도 뭔가 둥둥 떠 있는 기분.
통역이 좋은건 일하는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1000%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통역 준비하는건 괴롭고, 통역이 끝나고 나서도 못한 것만 생각나서 괴롭지만 통역하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다.
반면 번역은 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언제일까. 의뢰받은 책이 재밌을 때 그 책을 '독서'로 읽는 순간? 아니면 계약서를 쓰는 순간? 둘 다 통역하는 순간에 못 미친다. 하는 동안 괴로움은 통역의 열 배 이상인 거 같고.
다음주부터 어제 했던 통역 같은 통역을 매일 할 수 있다니ㅜ 나 이 통역 끝나면 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전에 연휴 기간 동안 번역을 어느 정도 해놔야 이 통역이 끝난 후에 번역 마감을 칠 수 있다. 조삼모사 인생이여.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어느 한 가지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게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 그런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컨텐츠, 순간을 모두 사랑하는 것 같다. 그게 때로는 운동이고 어느 한 때는 책이었고 어느 한 때는 무엇이었고 지금은 통역인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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