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라는 운동에 처음 매력을 느낀 건 하루키 아저씨의 에세이를 보면서부터였다. 언제 어디서나 간단한 운동복과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운동, 평생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할 엄두는 안 났다. 20대 후반~30대 초반 동안 크로스핏에 푹 빠져 박스를 열심히 다닐 때도 가장 싫었던 와드 중에 체육관 바깥으로 나가서 동네 몇 바퀴를 달리는 시간이 꼭 들어갔다. 수영을 해도 등산을 해도 근육이 지치기보다 호흡이 먼저 가빠와서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폐활량이 딸리는 내가 어떻게 달려, 두통 오는거 아냐 라는 생각에 멋있지만 어쩐지 시작할 엄두가 안 났다. 그러다 작년 코로나 때문인지 주변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체육관 폐쇄로 하던 운동들을 할 수 ..
어젯밤 꿈에서 일행 5명과 식당에 갔다. 둘, 셋으로 나눠서 앉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하나, 넷으로 나눠 앉았고, 혼자 앉아있는 테이블이 어쩐지 마음이 쓰여 그쪽으로 한 명, 두 명 옮겨가 앉는 꿈이었다. 그런데 식당 주인 분이 다 같이 일행이셨냐고 이렇게 자리 왔다갔다 하면서 앉으시면 안된다고 제재를 가했다. 그렇다. 꿈에서마저 5인 이하 모임 금지였던 것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꿈에서 마스크를 낀 적이 없었다. (나는 매일 밤 꿈을 여러 개 꾼다.) 처음으로 꿈에서마저 코로나 세상을 경험하고 꿈에서 깨니 무어라 말하기 힘든 황망함과 비슷한 감정이 몰려와 다시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다. 어제는 바람 빠진 자전거를 충전하고 신이 나서 정말 오랜만에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집에서 한강 초입까지..
언제부터 분갈이를 해야지 해야지 하고 못하다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봄날, 드디어 분갈이를 완료했다. 봄이 빨리 와 지난달부터 분갈이를 했어도 됐을만한 날씨였는데, 고양이가 와 있는 동안에는 분갈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간 지난 주에는 허리도 아프고, 식목일 근처라 화훼마트에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을 것 같아 한 주 미뤄 어제 화훼마트에 갔다와서 오늘 분갈이를 마쳤더니 속이 다 시원하다. 분갈이가 가장 시급했던 건 로즈마리 화분이었다. 작년 3월 말 우리집에 들어와 1년 넘게 죽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한 화분...! 심지어 가지치기 물꽂이한게 뿌리가 폭풍 성장하고, 새잎까지 뿌직뿌직난지라 작은 가지도 흙에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한지 어연 몇 개월.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로즈마리 물꽂이를 해..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들이 이해가 되고, 나조차도 투표소가 집에서 멀지도 않은데도 정말 가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궐 선거 자체를 해야 했던 상황과 선거에 나온 후보들의 면면과 안봐도 알 것 같은 투표 결과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냉소주의나 다름없기에 내일 꾸역꾸역 가서 투표를 하고 올 생각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들로 마음이 어지러워 지난 주말 사전 투표는 하지 못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나 혼자 힘만으로는 절대 설 수 없는 것이다. 요즘 미얀마를 보면서 우리에게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듯 주어진 이 상황조차 하나도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떠올리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나혼자) 비장한 마음. 내일 ..
동네 피부과에서 대학병원으로 가는게 좋겠다고 하여 진료소견서를 들고 지난달 대학병원을 갔다. 오늘로 세번째 진료였다. 병원만 다녀오면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녹초가 되네. 집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고, 첫날 빼고는 그냥 접수하고 수납하고 진료하고 처방전 받아 나와 원외약국 가서 약 타서 귀가하는게 끝인데 무지무지 피곤하다. 대학병원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꼭 대형몰에 다녀왔을 때 같은 비슷한 피로감이 든다. 그런 면에서 3차 병원 중 국립중앙의료원 애정하지만 이렇게 여러 번 가야 하는 진료는 멀어서 못 가... 작년 갑상선 검진 못 받아서 올해 가긴 가야 하는데 언제 가냐. 산부인과 6개월 재검도 시기됐는데 언제 가냐. 어흑.
주로 일할 때 끼는 검은색 가죽 손목시계가 있다. 정장류를 입었을 때 차려고 통대 졸업하고 1년 후, 1년을 잘 버텨온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앞으로 찰 일이 많기를 바라며 출장가는 공항 면세점에서 샀던 시계다. (대단히 비싼 시계는 절대 아니다.) 이 시계약이 다 된 걸 발견한 게 지난 여름이었다. 6-8월 딱 여름 3개월 동안 대사관 파트타임 출근을 하려 보니 시계약이 다 됐더라고. 덥고 습한 여름에 가죽시계는 아니니 다음 계절이 오면 약을 바꿔야지 생각했던 시계가 그대로 멈춰있는 채 겨울이 끝나간다.
커피를 두 잔 마셔서 그런가 2시가 넘도록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슬슬 졸릴 때가 된 거 같은데. 하루에 커피는 한 잔만 마시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 오늘 생각없이 두 잔을 마셔버렸어.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두런두런 했다. 생각의 가지는 크게: - 집 걱정. 올 9월 전세 계약 만료인데 갱신권 청구해서 전세금 5%만 올리고 살 수 있을런지. 찾아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 같은 평수 작년 하반기 전세 거래가가 내가 들어온 가격보다 1억 5천이 더 높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까지 1년 반 동안 계약하고 살면서 겪은 바로는 굉장히 상식적이고 불편한 지점이 전혀 없게 해주는 집주인이었고, 이 바로 앞 세입자도 계약 연장해서 살다가 나간 걸 보면 무리한 전세금 인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
제목만 그럴뿐 톺아보진 않고 대충 볼 예정 1. 독서 생활 - 김현경 - 요조 - 신예희 - 황두영 - 김지은 - 정세랑 , , , , - 데이비드 쾀멘 (읽고 있는 중) - 박완서 - 서수진 - 정영목 (읽고 있는 중) - 나가이 다카히사 - 손원평 - 김교석 - 빌 브라이슨 - 천명관 - 타라 웨스트오버 - 김초엽 - 제임스 네스터 - 이남옥 - 채상욱 쭉 적고 보니 나 프랑스 소설이고 인문서고 엄청 안보네 ㅋㅋㅋㅋ 번역하는 책 말고는 아예 한 권도 안 본 거 같다. 올해에는 좀 봐야지. 그리고 목록만 적어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올해는 정세랑의 해였다. 심윤경 이후로 한 작가에 빠져서 꼬리를 물며 작품을 이어 본 작가는 처음이다. 참고로 정세랑 입문작은 이었는데 올해 읽은 책이 아니라 빠졌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