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꿈을 꿨다. 프랑스 파리의 한 구제샵이었다. 시내 한복판 뒷골목에 있는 가게였는데 이상하게도 트램을 타고 가다 내렸다. 나는 안 입는 가디건, 점퍼 등 세네 개 정도 옷가지를 들고 팔러 그 가게에 처음 들렀다. 프랑스 사장과 한국인 직원이 있는 가게였다. 다행히 가져온 옷들을 그 가게에서 모두 사준다고 했다. 그런데 현금으로 가격을 쳐주는 대신 5유로짜리 김치를 사가야 한다고 했다. 가게 방침이란다. 김치 대신 5유로어치 다른 물건을 사가겠다고 하고 가게 물건을 둘러보는 중 선배가 가게에 들어왔다. 선배는 이 곳을 잘 아는 눈치였다. 어쩐 일이냐고 반갑게 인사했다. 짧게 자른 선배의 바뀐 헤어스타일에 대해 얘기했다. 선배는 자기도 이제 이런 머리도 할 줄 안다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파리는 어쩐 일이..
느즈막히 늦잠을 자다 오전을 다 보내고 정오가 되기 직전 포도시 일어났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어제 사온 빵에 잼을 발라 간단하게 (점심 시간에) 아침을 먹었다. 내다버릴 재활용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매트리스 패드를 바꾸는 등 집안일 몇 가지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주중에 얘기했던 평양냉면집을 가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차에 기름을 넣고 다이소에 들러 욕실 슬리퍼 등 세네 가지 물건을 사고 십여 분 가량을 달려 평양냉면집에 도착했다. 처음 가보는 식당의 평양냉면은 고기육수와 간장맛이 너무 강했고 면발도 메밀 느낌이 덜해서 내가 좋아하는 평양냉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다시 찾아올 식당은 아니었다. 바로 근처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가 있어서 가지고 있던 쿠폰을 소진해 커피를 테이크..
올해 잡혔다가 취소된 통역이 총 4건이었다. 1건은 코이카 프로젝트로 튀니지 출장을 가는 거였는데, 코로나 상황이 다시금 안 좋아지면서 출장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게 되어 원래 통역사 두 명이 참여하는 거였다가 한 명으로 줄면서 내가 빠지게 되었다. 5월 출장 예정으로 4월 정도에 연락이 왔었는데 이때는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계 관계자, 요양병원, 고령자 정도만 백신 접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정부에서는 특정 직군이 아닌 내 연령대 백신 접종은 8월 이후라고만 했을 때였고, 4월 시점에서 8월은 굉장히 먼 얘기 같았다. 백신에 대한 부작용 등으로 국내 여론이 안 좋았을 때라(뭐 지금도 안 좋긴 하지) 나도 백신을 맞아야 하나 안 맞아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출장을 간다고 생각하니 무조건 백신을..
고양이가 간 지 열흘이 되었다. 이번 방문이 몇 번째인지 세는 것보다 지난 3월부터 매달 안 온 적이 없었기에 대략 반 년의 절반 정도를 같이 산 고양이다. 한 번 오면 짧게는 보름, 길게는 3주 이상을 머물렀다. 이 고양이는 통대 재학 시절 학교 앞 사촌언니네 살았을 때 같이 살던 남매 고양이 두 마리를 쥐잡듯이 잡아먹을 기세로 못 되게 군 사촌언니네 셋째, 양아치 고양이다. 1년 가량 같이 산 정이 있는 고양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밥 주고 똥 치우러 갈 때마다 목격했고 뭐 이런 양아치 같은 게 다 있지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 정초에는 결국 남매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급사하는 황망한 일을 겪기도 했다. 처음 우리집에 온 것은 사촌언니 집 인테리어 공사로 3주 간 집을 비워야 하기에 한 마리는 언..
고양이가 와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식물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물 말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매일 화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상태를 체크할 정도는 아닌 것. 최근 화분들은 대체로 잘 지낸다. 이 집에서 두 번째 여름을 났다. 작년 여름은 어마무시한 장마였어서 여름 동안 화분들이 전부 얼음 상태였다. 장마 탓도 있지만 정남향 집이라 여름에는 해가 깊이 들어오지 않아 그런걸까 했는데 두번째 여름을 나고 나니 작년이 장마 특수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바질을 들이며 바질 뿐 아니라 늦여름 쑥쑥 자라는 화분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1. 바질 바질 얘기를 시작했으니 바질부터 가볍게 써볼까. 비료 사러 동네 꽃집을 갔다가 늘 그렇듯 빈손으로 나오는 법이 없이 3천원짜리 포트에 담긴 바질을..
지난 포스팅에 썼던 것처럼 6주차에 한 번 실패해서 재도전했던 데에 더해 이번주 건강검진으로 8주 3회차 마지막 코스를 원래 예정보다 이틀 정도 뒤에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첫 런데이를 시작하고 58일만에 8주 트레이닝 코스를 완수했다. 6월 중순 시작해 기록적인 폭염과 무더위를 뚫고 지나온 여름이었다. 역병 2년차의 여름을 기록할만한 사건이었다. 25분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한 8주 2회차를 지난 토요일에 끝내고, 화요일 오전 건강검진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식을 해야했다. 월요일 저녁에 컨디션이 괜찮으면 뛸 수 있지 않을까? 했으나 나를 얕봐도 단단히 얕봤다. 월요일 오후부터 어지러워서 일조차 제대로 못하고 침대에 수시로 누워있었다 ㅋㅋㅋㅋㅋ 달리기는 커녕 현관문 밖을 나갈 수도 없었다 ㅋㅋㅋㅋㅋㅋ 건강검진..
무난하게 8주차까지 갈 것 같다고 한 사람 누구지요...? 폭염과 무더위를 얕보고 함부로 씨부린 나, 반성합니다. 무슨 일이든 방심과 과신이 최대의 적이라는 점을 이렇게 또 한 번 깨닫는다. 런데이 30분 달리기 트레이닝은 1분 달리기 인터벌 다섯번(달리기 중간에 2분 걷기)으로 시작해서 1분 달리기 여섯 번, 1분 30초 달리기 다섯 번, 1분 30초 달리기 6번, 2분 달리기 다섯 번 이런 식으로 조금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간다. 1분에서 1분 30초로, 1분 30초에서 2분으로, 2분에서 2분 30초로 시간이 늘어날 때 다섯번 달리기를 한 번 더 해서 안정감을 만들어주고 그다음 여섯번 달리기로 올려나가는 식이다. 이렇게 1분 달리기 다섯 번 총 5분 달리기에서 시작해 3분 달리기 여섯 번 총 18분..
생각만큼 순조롭게 5주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여름 비도 별로 오지 않아 비오는 날을 피해 일주일에 세 번 달리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확실히 해 있을 때 달리는 것은 무리다. 보통 해지고 밤에 달린 다음 집에 와서 에어컨 켜고 샤워하고 나와서 저녁 먹고 쉬다 자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딱 한 번 해지기 전에 달렸는데 숨도 더 가쁘고 힘들었다. 여름철 달리기는 달밤에 하는 것이 정답인듯 하다. 늘 밤에만 달리다가 해가 떠 있을 때 달리니 안 보이던 것이 보였던 순간이 있다. 늘 다니던 길로 달리는데 나뭇가지 끝에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이 보였고, 거기에만 거미줄이 감겨있고 벌레들이 꼬여있더라. 건강한 나뭇잎에는 그런 벌레들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물질이 분비되고 있는게 아닐까. ..
이번 주말부터 4주 동안 금주를 해볼 생각이다. 냉장고 안에 먹다 남은 레드와인 반 병이 있는데 그걸 이번주에 무슨 안주랑 먹어야 제일 맛있게 먹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멜론과 프로슈토가 제일 먹고 싶은데 집에 멜론도 없고 프로슈토도 없다. 남은 와인과 별개로 금주 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도 떠올려봤는데 역시나 해산물. 최근 숙성회에 빠져서 동네 숙성회도 찾아봤다. 코로나 대유행 무서워 식당 가는건 아무래도 좀 꺼려지지만... 4주 금주 전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다. 하루 깨어있는 시간 중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무엇을 먹고 마실까를 고민하며 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