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퇴근길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는 옆 팀 팀원 분과 말을 트게 되었는데, 그 분이 본인도 프랑스어 전공으로 통번역대학원을 나왔다며, 통번역대학원 입시 준비 학원에서 내 이름이 특이해서 나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뻔...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는 외대와 이대 단 두 곳이며 이마저도 입시 학원은 딱 한 곳이어서 그 학원에서 외대, 이대를 모두 보낸다. 회사 동료 분은 나보다 1년 뒤에 이대 통번역대학원을 다니신 분인데 학원의 합격 수기를 읽다가 내 이름을 봤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진짜 오랜만에 학원 카페에 들어가서 2014년 11월에 작성한 나의 후기를 들춰보았다. 나 자식 정말로 열심히 살았구나. 그리고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이때와 비슷한 ..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앉을 자리는 없었지만 만원 버스는 아닌 그 정도의 밀도였다. 어느 순간 갑자기 버스가 노선대로 가지 않았다. 버스 안의 승객들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기사가 승객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결심한 형국이었고, 주변에 경찰차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추격전이 시작되었고 버스 안의 승객들은 모두 공포에 질렸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 갑자기 버스가 멈춰섰고, 기사가 총을 꺼냈다. 승객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기사가 승객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고 그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테러였는지, 총구는 승객들이 아닌 빈 공간을 향했다. 하지만 무엇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은 극도로 심해져갔다. 나는 버스 앞 쪽에 서 있던 관계로 기사와 아..
6개월 간 속세와 단절되어 살았던 부트캠프 기간이 끝나고 여행을 다녀온 뒤, 그간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찬찬히 만나고 있다. 최근 근황을 나누다보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통대 2년 다닌 것부터 통번역사 프리랜서로 쌓아온 지난 시간이 아깝지 않냐는 것이다. 이 질문을 여러 번 들으면서 나는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걸 크게 아까워하지 않는데 남들이 더 아까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아까울만 하니까 아까워 하는 거겠지? 나는 이런 면에서 어딘가 셈이 잘못된 거 같기도 하다. Winners are not those who never fail but those who never quit. 이라고 하는데 나는 프랑스어 통번역사라는 커리어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만뒀다. 차라리 코로나 시기에 깔끔하게..
1. Taberna Dos Mercadores - 레스토랑 4월 중순에 방문했는데 5월까지 풀부킹이라며 예약을 안 받아주는 곳. 아마 한국 블로그 포스팅에 많이 등장하는 곳 같다. 같이 갔던 일행도 한국 블로그를 보고 이곳에 가보고 싶다 했고, 결과적으로 두 번 방문했는데 방문할 때마다 한국인이 한 팀 이상 있었다. 총 16인 정도 수용 가능한 작은 레스토랑인데도 말이다. 풀부킹이라고 하지만 예약은 한두 테이블 정도만 받고 나머지는 워크인으로 받기 때문에 오픈 시간 맞춰 줄을 서면 들어갈 수 있다. 점심 12시 30분 오픈이어서 12시~12시 10분 정도에 레스토랑 앞에 가면 이미 한두 팀, 운이 없다면 다섯 팀 이상 줄을 서고 있는 그런 곳이다. 30분 땡 친다고 문을 열어주지는 않고, 직원들 식사나 ..
포르투갈 여행의 백미는 남부 알가르브 지방이었다. 포르투갈까지 간다면 꼭꼭 시간을 만들어서 남부 지방을 여행하는 편을 추천한다. 라고스, 포르티망 등 유명한 휴양지가 많았지만 나는 포르투로 바로 다시 이동해야 하는 일정 상 항공편이 있는 파루에서 2박을 했다. 1. A Venda - 타파스 숙소에서 추천해준 식당 중 한 곳이었다. 첫날 저녁 방문했을 때 만석이어서 다음날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추어 방문을 했더니 자리가 있었다. 항상 만석인 곳 같지는 않은데 첫날 운이 좀 없었던 편인 것 같다. 저녁 식사를 하고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점심 예약을 하고 나왔다. 점심 식사하고 저녁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로 이동을 했다. 그날 그날 혼잡도 차이가 좀 있을 것 같으니 안전하게 방문하고 싶다면 예약을 하는 편이 좋겠..
포르투갈 여행에서 좋았던 식당들이 많았는데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간단하게 기록해본다. 알가르브 지방의 파루와 포르투 편은 추가로 작성해 보겠다 (과연). 사진은 추후 시간이 될 때 추가할 예정 (과연). 포르투갈은 특이하게(?) 식당 테이블에 QR 코드로 메뉴를 두는 곳이 많았다. QR 코드가 있던 곳은 메뉴 링크도 같이 기록해둔다. 1. Marisqueira Uma - 해물밥 리스본 숙소는 피게리아 광장에 있는 부티크 호텔이어서 관광지 중심가 중의 중심가였다. 숙소 근처를 어슬렁 걷다가 줄 서 있는 식당이 있길래 여기는 무엇인고 하고 검색해보니 굉장히 유명한 해물밥 식당이었다. 단일 메뉴를 팔고, 줄 서는 날이 많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서 안정적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나중에 포르투에서 해물밥을 한 ..
리스본답게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다보면 모퉁이를 돌기 직전에 위치한 타파스 레스토랑. 토요일 저녁 예약 없이 방문했더니 만석이었다. 다음날 예약을 할까 했더니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한 시간 뒤 예약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숙소로 돌아와 조금 누워있다 시간에 맞춰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몇 달 간 이어지던 강행군 일정을 막 마치고 13시간 30분, 그리고 환승 후 다시 3시간여의 비행이라는 초장거리 여행 일정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녔다면 13시간 30분까지는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은 어느덧 리스본 4일차였지만 여전히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하루에 5시간도 채 자지 못한 며칠이 이어지자 너무 피곤했다. 숙소에 잠깐 들어와 눕자 이대로 다시 나가지 않고 자..
옆마을에 가는 오전 기차 안에서는 뉴욕 재즈클럽 방문기를, 오후 햇살이 작열하는 해변가에서는 서늘한 핀란드 헬싱키의 서머 하우스 탐방기를, 돌아오는 기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매표소도 역무원도 없는 자그마한 기차역에서는 나도 가본 적 있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여행기를 읽었다. 그저 단행본 목차의 순서대로 읽어나갔을 뿐이지만 어쩐지 장소마다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기차는 결국 오지 않았다. 한 시간 여를 같이 기다린 여행자들이 우버 쉐어링을 제안해 같이 우버를 타고 돌아왔다. 알고보니 그들은 프랑스 Metz에 사는 이들이었다. 미라벨의 고향. 포르투갈은 프랑스보다 프랑스인을 만나기가 더 쉬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