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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데이 5주차

김첨지. 2021. 7. 16. 16:42

생각만큼 순조롭게 5주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여름 비도 별로 오지 않아 비오는 날을 피해 일주일에 세 번 달리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확실히 해 있을 때 달리는 것은 무리다. 보통 해지고 밤에 달린 다음 집에 와서 에어컨 켜고 샤워하고 나와서 저녁 먹고 쉬다 자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딱 한 번 해지기 전에 달렸는데 숨도 더 가쁘고 힘들었다. 여름철 달리기는 달밤에 하는 것이 정답인듯 하다. 

늘 밤에만 달리다가 해가 떠 있을 때 달리니 안 보이던 것이 보였던 순간이 있다. 늘 다니던 길로 달리는데 나뭇가지 끝에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이 보였고, 거기에만 거미줄이 감겨있고 벌레들이 꼬여있더라. 건강한 나뭇잎에는 그런 벌레들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물질이 분비되고 있는게 아닐까. 사람도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는 이상한 일/사람이 확실히 덜 꼬인다. 내가 말라 비틀어져갈 때는 그런지도 모른다는게 문제지만. 

마스크 쓰고 달리는 거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다. 일단 동네 한강변이 평일 밤에도 인구 밀도가 높은 편이다. 가끔 달리기하며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특히 달리기하는 사람 중에 제법 있다)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화가 난다. 붙잡고 마스크 쓰시라고 얘기하고 싶다가도 요즘 세상에는 워낙 미친놈이 많아 섣불리 말도 못 섞겠다. 마스크 벗고 달려보고 싶다. 어떤 기분일까... 생각 외로 숨이 엄청 덜 찬다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 ㅋㅋㅋ 내가 아직 그정도 수준이 아니기 때문. 또 하나 힘든 점은 스포츠 브라다. 브라를 안하면 가슴이 아파 달릴 수가 없다는 것을 첫 날 알았지만 평소 노브라로 살다보니 가슴 조이는 느낌이 엄청 힘들다. 런데이가 인터벌 트레이닝이다보니 막상 달릴 때는 가슴 조인다 어쩐다 하는 생각이 안 드는데 달리기 끝나고 걷기 구간에 들어갈 때 흉통 조이는 느낌이 든다. 흑흑... 

주3회 체육관 가는 기분으로 컨디션이 어떻건 날씨가 어떻건(밤새 비가 오는게 아니라면) 달리고 있다. 처음 느꼈던 황홀감은 역시나 그 이후로 아직 느낀 적이 없다. 첫 날 앱 조작 실수로 40분 이상 운동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러너스 하이는 보통 30분 이상 달렸을 때 온다고 하니... 런데이 8주차를 끝내고 30분 이상 달릴 수 있게 될 때 다시 느낄 수 있으려나. 4~5주차가 고비라고들 하던데 지난주에 날씨가 확 더워지면서 그랬는지 달리러 나가기 싫다는 기분이 조금 든 적도 있었는데 그냥 체육관 가는 기분으로 나갔다. 옷 갈아입고 나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땀 쭉 빼고 집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나면 그거만큼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도 없으니까. 

달리기를 하고 달라진 점은 쓰레기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난 다음에도 어쨌든 달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면 뭔가 하나는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 쓰레기같은 기분으로 잘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량이 다시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맛있는 걸 오래 먹고 마시기 위해서는 운동만이 답이다. 

주변에 달리기 전도를 해 2명에게 복음을 전파했다. 한 명은 런데이 앱을 바로 깔고 1주차 프로그램에 들어왔으며, 다른 한 명은 나이키 앱 깔고 자유훈련 중이시다. 나는 런데이 5주차를 맞이하여 30초씩 늘어가던 달리기 시간이 이제 1분씩 확확 늘어나는 구간에 진입했다. 이제까지 별 탈 없이 훈련 과정을 따라간 것으로 봤을 때 무난하게 8주차까지 갈 수 있으리라 예상해 본다. 중간에 데카트론에 가서 스포츠 브라 2개와 러닝용 반바지, 상의, 양말을 구입했다. 달리기할 때 신을만한 신발이 하나 밖에 없어서 이번 달 말에는 운동화를 하나 사볼까 한다. 

쉬지 않고 30분을 달리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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