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살아오며 격동의 10-20대를 보내고, 휘몰아치는 바람과 파도에 모든 것이 출렁거리던 시기가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끝났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한 물에서 가라앉을 것들은 무거운 것부터 차례로 가라앉는 것처럼 나라는 인간에게도 다 뒤엉켜 뭐가 뭔지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던 혼탁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제법 윗물이 맑아져 가만 들여다 보면 뭐가 뭔지 조금은 보이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직 구정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10대의 나, 20대의 나와 지금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깜짝 놀란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많이 변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내가 더 좋다. 하지만 내 안의 것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침잠했다는 것을 안다. 그것들은 분명 내 안에 있다. 이제 수면 밖으로 드러..
14살인가 15살부터 같은 미용사 선생님에게 머리를 잘랐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다른 미용실에 가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덕에 해외 장기 체류 시에는 자동 장발행… 내 두피 상태, 머리결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는 셈이다. 며칠 전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는데 내가 개발 공부한다는 근황을 내 친구에게 들은 미용사 선생님이(그렇다, 내 친구, 내 가족 등 최측근 여럿이 같은 미용실을 다니고 있다…) “프랑스어 공부보다 덜 힘든가봐요. 머리카락이 하나도 안 빠졌네.“라고 하더라 ㅋㅋㅋ 아, 이렇게 알 수도 있구나. 실제로 현대소설 공부할 때가 제일 힘들었고 그때 머리숱이 2/3으로 줄었다. 통대 다닐 때는 그만큼은 아녔지만 머리카락이 좀 얇아지긴 했던 거 같고, 요즘은 뭐..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