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스팅이 11월 말인데, 벌써 2020년 2월이다. 그간 나도 모르게 내외하였네. 2019년은 어떤 한 해였나. 일 년 가운데 절반 가까운 시간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지냈고, 열흘 가량을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보냈다. 한창 일할 나이지만, '이짓도 나이 더 들면 못하겠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앞서 아프리카 대륙 출장을 왔다갔다 2년 정도 한 동기들이 "몸에 독이 쌓이는 것 같아서 더는 못하겠다"고 한 말이 무엇인지 통감했다. 장거리 비행의 피곤함과 8시간 시차가 다른 곳을 왔다 갔다 하는 일만으로도 정말 육체에 독이 쌓이는 것 같다. 하지만 또 어찌어찌 한 해를 마감했다는 것이 성취라면 성취. 하지만 작년 한 해의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은 역시 독립이지. 부동산 투어, 계약, 두 번에 걸친 이..
1. 다사다난했던 알제리 출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이 시간을 나중에 어떻게 기억할까? 체력의 한계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힘에 부쳐 12시간씩 쓰러져 잤고, 토할만큼 통역하고 번역했다. 다시는 이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 마음 맞는 이가 이 과정을 함께 해주는게 얼마나 심적 안정이 되는건지도 느꼈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입니다. 동기없이 혼자 들어오는 대형 프로젝트는 고달픔이 배가 됩니다. 그리하여 내년도 목표는 체력 증진으로 설정했다. 올한해 지독하리만치 운동을 못했다. 골병이 들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운동을 중단하고, 운동을 못하니 그나마 쌓아둔 체력을 깎아먹는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제부터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는데, 오늘 허벅지 안쪽 근육이 툭- 하고 끊어지더니 지금 왼쪽 엉덩이까지 아프다 ㅋㅋㅋ..
넷플릭스로 시즌3를 보는 중에 별거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엘사와 더그의 대화 중에서 더그가 예전의 우리가 어쩌다 지금 별거를 이야기하는 우리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랬던 과거의 나'가 '저런 지금의 나'가 되는 사이에는 다 흐름과 굴곡이 있지만, 그 가운데를 쏙 뺀 채 '과거의 A'와 '현재의 B'만 놓고 보면 둘 다 나인데도 억만년 은하를 건너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과 맞물려 - 프랑스어를 하기 이전의 나 vs. 지금 알제리 호텔방에 앉아 있는 나 - 첫사랑이 끝사랑일 줄 알았던 고등학생 나 vs. n번의 연애를 거쳐온 지금의 나 두 개의 자아는 연속성만 있다 뿐이지 분절된 상태로 단면만 보면 다른 나이다. 그리고 위의 두 구분은..
추석 연휴부터 꼬박 한 달 동안 휘몰아치는 일정이 다 끝났다. 주말, 공휴일 할 것 없이 마음 편히 쉬어본 적 하루도 없는 나날이었다. 이제 다음주 알제리 출장갈 준비만 하면 된다. 비자받은 여권 수령, 환전, 알제리 싸들고 갈 식량 구입, 짐싸기 등. 중간중간 출장 관련 번역을 조금 하고, 메일링 하고, 출판사에 교정지 넘기고(추석 전날 받았는데 한 달 동안 쳐다도 못봄;;;), 이사간 집 정리하고(가스 연결, 벌레퇴치, 방충망, 하수구 트랩 등), 공인인증서 연장 및 새 신용카드 수령해서 자동이체 다 그쪽으로 넘기기.. 정도 하면 출장 준비 끝인가? 올해 네 번째 출장인데 세어보니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 올 한 해 거의 5개월을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셈이고, 365일 중 열흘 이상을 공항과 비행기 안에..
1. 태어나서 처음 적도 아래 남반구에 와있다. 보통은 호주나 뉴질랜드를 떠올리겠고, 서른살 이전에 남미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대학생 시절의 나도 내 첫 남반구가 킨샤사일 줄은 몰랐다. 작년 DR콩고 사업 하나가 호되게 엎어지고,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 출장도 항공권 다 끊어놓고 출국 3일 전 한 번 엎어진 탓에 콩고 땅은 못 밟아보는건가 했는데 결국 왔다. 외국인, 특히 아시아인은 현지 운전수 없이는 걸어서 1-2분 거리도 못 걷게 하고, 차를 타도 문을 모두 잠그고 출발해야 하며 창문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곳. 수도 킨샤사가 이 정도이니 지방은 아예 엄두가 안 난다. 지난 5월부로 WHO가 에볼라 바이러스 위험 국가로 지정했지만 아직까지 킨샤사에는 의심 및 확진 확자가 안 나왔다. 의심 환자가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