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잡혔다가 취소된 통역이 총 4건이었다. 1건은 코이카 프로젝트로 튀니지 출장을 가는 거였는데, 코로나 상황이 다시금 안 좋아지면서 출장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게 되어 원래 통역사 두 명이 참여하는 거였다가 한 명으로 줄면서 내가 빠지게 되었다. 5월 출장 예정으로 4월 정도에 연락이 왔었는데 이때는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계 관계자, 요양병원, 고령자 정도만 백신 접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정부에서는 특정 직군이 아닌 내 연령대 백신 접종은 8월 이후라고만 했을 때였고, 4월 시점에서 8월은 굉장히 먼 얘기 같았다. 백신에 대한 부작용 등으로 국내 여론이 안 좋았을 때라(뭐 지금도 안 좋긴 하지) 나도 백신을 맞아야 하나 안 맞아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출장을 간다고 생각하니 무조건 백신을..
주로 일할 때 끼는 검은색 가죽 손목시계가 있다. 정장류를 입었을 때 차려고 통대 졸업하고 1년 후, 1년을 잘 버텨온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앞으로 찰 일이 많기를 바라며 출장가는 공항 면세점에서 샀던 시계다. (대단히 비싼 시계는 절대 아니다.) 이 시계약이 다 된 걸 발견한 게 지난 여름이었다. 6-8월 딱 여름 3개월 동안 대사관 파트타임 출근을 하려 보니 시계약이 다 됐더라고. 덥고 습한 여름에 가죽시계는 아니니 다음 계절이 오면 약을 바꿔야지 생각했던 시계가 그대로 멈춰있는 채 겨울이 끝나간다.
1. 다사다난했던 알제리 출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이 시간을 나중에 어떻게 기억할까? 체력의 한계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힘에 부쳐 12시간씩 쓰러져 잤고, 토할만큼 통역하고 번역했다. 다시는 이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 마음 맞는 이가 이 과정을 함께 해주는게 얼마나 심적 안정이 되는건지도 느꼈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입니다. 동기없이 혼자 들어오는 대형 프로젝트는 고달픔이 배가 됩니다. 그리하여 내년도 목표는 체력 증진으로 설정했다. 올한해 지독하리만치 운동을 못했다. 골병이 들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운동을 중단하고, 운동을 못하니 그나마 쌓아둔 체력을 깎아먹는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제부터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는데, 오늘 허벅지 안쪽 근육이 툭- 하고 끊어지더니 지금 왼쪽 엉덩이까지 아프다 ㅋㅋㅋ..
추석 연휴부터 꼬박 한 달 동안 휘몰아치는 일정이 다 끝났다. 주말, 공휴일 할 것 없이 마음 편히 쉬어본 적 하루도 없는 나날이었다. 이제 다음주 알제리 출장갈 준비만 하면 된다. 비자받은 여권 수령, 환전, 알제리 싸들고 갈 식량 구입, 짐싸기 등. 중간중간 출장 관련 번역을 조금 하고, 메일링 하고, 출판사에 교정지 넘기고(추석 전날 받았는데 한 달 동안 쳐다도 못봄;;;), 이사간 집 정리하고(가스 연결, 벌레퇴치, 방충망, 하수구 트랩 등), 공인인증서 연장 및 새 신용카드 수령해서 자동이체 다 그쪽으로 넘기기.. 정도 하면 출장 준비 끝인가? 올해 네 번째 출장인데 세어보니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 올 한 해 거의 5개월을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셈이고, 365일 중 열흘 이상을 공항과 비행기 안에..
세금 납부(실상은 소득이 적어 환급받음ㅋㅋㅋ)의 계절은 5월인 개인사업자의 길을 걸은지 2년차. 죽는 소리, 앓는 소리 하며 지나온 세월이 감개무량하다. 그래도 한 해 한 해 두리뭉실하게나마 세운 목표들을 이뤄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가장 큰 목표는 어디까지나 이 바닥에서 버티자 이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늘 불안의 망망대해에서 발이 닿지 않아 허우적거리는 삶이지만 말이다. 1년차 때는 무조건 버티는 게 목표였고, 뭘 어떻게 해야 버틸 수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그런데 운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 한 해를 보내고 난 후, 올 한 해는 2년차로서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에 대해 잠깐 언급해둔 포스팅이 있네. (여기에) 일과 생활의 균형은 아직도 어떻게 찾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평생의 숙제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