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면서 지루한 나날들
회사 일에 적응을 다 해서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노라니 내가 살면서 이렇게 예측가능한 삶을 살았던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루한 안온함. 스타트업에서 평온함이라는 단어는 너무 안 어울리는 것 같고, 사실 어딘가 조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만들고 있는 제품은 일단 저궤도에 안착해서 굴러가고 있다. 운영팀은 하루하루 다이나믹한 것 같은데, 나는 6월 초 휴가를 다녀온 후 심심하고 지루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팀에 신규 인원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역동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했으나, 2개월의 기다림 끝에 최종 합류가 불발되어 이제 남은 하반기에 새로운 멤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도전 과제가 없으니 내 스스로 과제를 만들고 마일스톤을 세워나가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동거인과의 관계도 안정 그 자체.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하지 않아도 될 험한 고생을 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몫까지 대출 원리금을 갚는 것 뿐... 지금은 다행히 상황이 얼추 마무리가 되어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해나가고 있다. 내 전쟁이 아닌 그의 전쟁이었지만, 어려운 일을 겪으며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다. 무엇을 함께 해도, 함께 하지 않아도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누리며 내실을 채워야지. 그리고 원기옥을 모으듯 에너지를 모았다가 적절한 시기에 분출해야지.
+) 왕복 2시간 여의 주5일 출퇴근은 여전히 힘들고, 적응이 안 된다. 매일의 에너지를 깎아먹는 주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