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어나서 처음 적도 아래 남반구에 와있다. 보통은 호주나 뉴질랜드를 떠올리겠고, 서른살 이전에 남미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대학생 시절의 나도 내 첫 남반구가 킨샤사일 줄은 몰랐다. 작년 DR콩고 사업 하나가 호되게 엎어지고,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 출장도 항공권 다 끊어놓고 출국 3일 전 한 번 엎어진 탓에 콩고 땅은 못 밟아보는건가 했는데 결국 왔다. 외국인, 특히 아시아인은 현지 운전수 없이는 걸어서 1-2분 거리도 못 걷게 하고, 차를 타도 문을 모두 잠그고 출발해야 하며 창문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곳. 수도 킨샤사가 이 정도이니 지방은 아예 엄두가 안 난다. 지난 5월부로 WHO가 에볼라 바이러스 위험 국가로 지정했지만 아직까지 킨샤사에는 의심 및 확진 확자가 안 나왔다. 의심 환자가 한 ..
목차를 펴면 오십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이름이 주루룩 나열된 목차를 보고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첫 장을 열었다.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의 대학병원을 거점 지역으로 그 주변을 지나가는 인물들의 일상, 찰나의 순간들, 때로는 긴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주 평범한 인물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이런 점은 과 닮았다. 을 읽으면서 여자친구들을 만나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소설로 읽기까지 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있었다. 은 그보다는 엽편 소설 분량의 아주 짧은 이야기다. 인물과 인물이 마주치고, 특정 글귀가, 특정 장소가, 특정 영화가 구슬 꿰듯 꿰어져 나가는데 그 알이 어떤 알이었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굳이 찾아보고 싶다면 앞장을 들춰본다. 그러면 그 인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