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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 리스트업을 해두는 체크리스트 앱(Wunderlist)을 쓰고 있는데, 저렇게 서가 UI에 책 표지가 깔끔하게 나오는 앱이 있다 하여 설치해 보았다. '산책'이라는 앱인데 작명 센스가 뛰어난듯. 앱 이름대로 사서 읽은 책만 올려놓고 있다. 한눈에 보기 좋아서 읽은 책 정리해 두는 용도이자 캡처해서 한번씩 블로깅할 생각으로 깐 지가 한참 되었건만 드디어 포스팅을 하는구만. 읽은지 2-3개월된 책들도 있고 하여 즉시성이 매우 떨어지는 포스팅 되시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게 이 블로그의 맛인데. 2-3개월 전 의식을 끄집어 내려니 힘들겠어. 일단 위의 여섯 권의 책 중에 완독한 책이 4권, 읽다가 멈췄는데 다시 안 읽을 것 같은 책이 1권, 현재 읽고 있는 중인 책이 1권이다. 

완독: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인듀어런스, 아무튼 발레, 잘돼가 무엇이든 

멈춘 책: 19호실로 가다

진행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한국 땅 아니고 서유럽 땅 아닌, 아주아주 낯선 곳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전자책 스토어를 뒤지다가 발견한 스웨덴 소설. 알고보니 시리즈물이었고 영화로도 제작된 나름 유명한 소설이었다. 낯선 지명과 낯선 이름들이 처음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충족해 주기에 충분했다. 러시아 소설처럼 맨처음 인물명과 간단한 한 줄 인물소개가 두 페이지 가량에 걸쳐서 되어 있는데, 이 시작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니 추리소설일세 얼쑤... 기업인 고발 후 형사 소송에 휘말린 언론인의 이야기와 보안회사(이지만 흥신소 일도 함)의 이야기가 챕터 별로 번갈아 나오다가 하나의 이야기로 맞물려 가는 구조. 두 이야기가 다 재미있었고, 이런 평행 구조가 톱니바퀴 물려가듯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드는 전개는 개인적으로 취향이기도 하다. 

스티크 라르손 작가 본인이 언론업계 종사자였다고 하는데 자기가 아는 세상 이야기가 역시 제일 현실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거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할 일이 쌓여 있었는데 넷플릭스 보다 지쳐서_- 외면하고자 활자의 세계로 간 시기였어서 더 재밌게 읽었다. 700쪽에 달하는 꽤 긴 분량인데 밤마다 더 읽고 싶었는데 다음날 일정을 생각해서 덮고 자느라 힘들었다가 크리스마스 연휴였나 300페이지 정도 남은걸 반나절만에 달려서 끝내버렸던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시리즈물이었어서(!) 두번째 책을 구입하지 않느라 힘들었다. 이어지는 이야기일테지만 첫번째 이야기만큼 흡입력이 있지는 않겠지. 그리고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이 책에 쏟아부을 며칠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2권을 읽어야지 생각했었는데 1권에서 그대로 멈췄다. 

청승맞은 인물 하나 없었던 것이 좋았지만, 범인은 뻔할 뻔이어서 약간 식상했다. 하지만 뻔한 구석이 또 있어야 맛이지. 가장 가까운 이가 늘 범인이여. 


2. <인듀어런스>, 스콧 켈리 

국제우주정거장에 1년 연속 체류한 미국인 우주인의 일대기. 작년 한 해 여러 번 나눠서 읽었는데 결국 카메룬에 있는 동안 기다리던 전자책이 드디어 나와서 구입해서 마지막 장을 끝냈다! 작년 한 해 읽은 책 통틀어 손꼽힐만큼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스콧 켈리가 우주정거장에 처음 나간 게 아니었지만 1년이라는 장기체류는 지구인 역사상 최초였다. ISS에서 1년 간의 체류기와 저자가 어떻게 우주인이 되었는지 어렸을 때부터 시간순으로 쓴 챕터의 병렬 구조. ISS 체류기가 더 흥미로웠지만 한 사람이 우주인이라는 커리어를 어떻게 쌓게 되었는지도 재미있게 읽었다. 우주에서 지구인이 산다는 건 정말 작은 부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다 재미있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인생을 걸고 달려온 사람이 몰랐던 세계를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걸 차 한 잔 마시며 듣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언제 어느 때고 멈췄던 페이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우주에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추천을 왕창 날린다. 


3. <아무튼 발레>, 최민영 

아무튼 시리즈는 금정연의 <아무튼 택시> 이후로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몸 쓰는 이야기가 나와서 냉큼 구입했다. 예상했던 대로 하루 반나절만에 뚝딱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었다. 엘리트 직업 운동인이 아닌 일반인이 하는 운동 이야기는 운동 종목이 달라도 다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몸 쓰는 기쁨을 알아가는 것과 달라진 나를 경험하는 것. 둘 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단한 자산이 된다. 

발레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책을 읽을 때만큼은 나도 발레 학원을 다니고 싶어! 라는 생각이 솟구쳤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하다가 끊긴 클라이밍이나 다시 제대로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언제고 한번쯤 발레라는 것을 나도 해볼 수 있을지도? 그렇다면 8할은 이 책은 덕분일 것이다. 

시간이 쌓여 내 몸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일은 늘 감동이 있다. 


4.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비행기 안에서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비행기 타기 전 급하게 구입했다. 엄청엄청 웃기다는 평들이 있었어서 <아무튼 택시>만큼 웃기길 기대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했다. <책읽아웃> 팟캐스트에 이경미 감독이 나온 에피소드를 듣고 산 책이었는데, 책보다 팟캐스트가 더 재밌었다는 것이 함정. 책을 먼저 읽고 팟캐스트를 들었어야 했을지도. 


5.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한국 소설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늘 박완서의 책을 찾는다.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선택. 아직 초반부를 읽고 있어서 이 책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책 포스팅을 하게 된다면 그때 다시? 


6. <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도리스 레싱의 <풀잎은 노래한다>가 위에서 말한 읽을 책 리스트에 꽤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 알라딘에서 <19호실로 가다>가 전자책 대여로 나와서 처음으로 전자책 대여를 해보았다. 초기 단편집이었고, 도리스 레싱의 책은 처음 읽어본 건데 딱히 감흥이 있다거나 마음이 동한다거나 하는 구석이 없어서 4-5편을 읽다가 그대로 멈춘 상태이다. 좋다고 하는 사람은 많았는데 정작 내가 읽었을 때 그저 그랬던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를 읽는 기분이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몇 년 전에 보는둥 마는둥 해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 하나도 안나는데, 그저 그랬다는 느낌만 남아있음_-;;;) 

앞으로 기회가 되면 한 권쯤 더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크게 손이 가지는 않을 것 같다. <풀잎은 노래한다>는 이렇게 영원히 리스트에만 남아 있게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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