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큼 순조롭게 5주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여름 비도 별로 오지 않아 비오는 날을 피해 일주일에 세 번 달리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확실히 해 있을 때 달리는 것은 무리다. 보통 해지고 밤에 달린 다음 집에 와서 에어컨 켜고 샤워하고 나와서 저녁 먹고 쉬다 자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딱 한 번 해지기 전에 달렸는데 숨도 더 가쁘고 힘들었다. 여름철 달리기는 달밤에 하는 것이 정답인듯 하다. 늘 밤에만 달리다가 해가 떠 있을 때 달리니 안 보이던 것이 보였던 순간이 있다. 늘 다니던 길로 달리는데 나뭇가지 끝에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이 보였고, 거기에만 거미줄이 감겨있고 벌레들이 꼬여있더라. 건강한 나뭇잎에는 그런 벌레들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물질이 분비되고 있는게 아닐까. ..
이번 주말부터 4주 동안 금주를 해볼 생각이다. 냉장고 안에 먹다 남은 레드와인 반 병이 있는데 그걸 이번주에 무슨 안주랑 먹어야 제일 맛있게 먹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멜론과 프로슈토가 제일 먹고 싶은데 집에 멜론도 없고 프로슈토도 없다. 남은 와인과 별개로 금주 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도 떠올려봤는데 역시나 해산물. 최근 숙성회에 빠져서 동네 숙성회도 찾아봤다. 코로나 대유행 무서워 식당 가는건 아무래도 좀 꺼려지지만... 4주 금주 전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다. 하루 깨어있는 시간 중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무엇을 먹고 마실까를 고민하며 사는 듯 하다.
달리기라는 운동에 처음 매력을 느낀 건 하루키 아저씨의 에세이를 보면서부터였다. 언제 어디서나 간단한 운동복과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운동, 평생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할 엄두는 안 났다. 20대 후반~30대 초반 동안 크로스핏에 푹 빠져 박스를 열심히 다닐 때도 가장 싫었던 와드 중에 체육관 바깥으로 나가서 동네 몇 바퀴를 달리는 시간이 꼭 들어갔다. 수영을 해도 등산을 해도 근육이 지치기보다 호흡이 먼저 가빠와서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폐활량이 딸리는 내가 어떻게 달려, 두통 오는거 아냐 라는 생각에 멋있지만 어쩐지 시작할 엄두가 안 났다. 그러다 작년 코로나 때문인지 주변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체육관 폐쇄로 하던 운동들을 할 수 ..
어젯밤 꿈에서 일행 5명과 식당에 갔다. 둘, 셋으로 나눠서 앉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하나, 넷으로 나눠 앉았고, 혼자 앉아있는 테이블이 어쩐지 마음이 쓰여 그쪽으로 한 명, 두 명 옮겨가 앉는 꿈이었다. 그런데 식당 주인 분이 다 같이 일행이셨냐고 이렇게 자리 왔다갔다 하면서 앉으시면 안된다고 제재를 가했다. 그렇다. 꿈에서마저 5인 이하 모임 금지였던 것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꿈에서 마스크를 낀 적이 없었다. (나는 매일 밤 꿈을 여러 개 꾼다.) 처음으로 꿈에서마저 코로나 세상을 경험하고 꿈에서 깨니 무어라 말하기 힘든 황망함과 비슷한 감정이 몰려와 다시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다. 어제는 바람 빠진 자전거를 충전하고 신이 나서 정말 오랜만에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집에서 한강 초입까지..
언제부터 분갈이를 해야지 해야지 하고 못하다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봄날, 드디어 분갈이를 완료했다. 봄이 빨리 와 지난달부터 분갈이를 했어도 됐을만한 날씨였는데, 고양이가 와 있는 동안에는 분갈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간 지난 주에는 허리도 아프고, 식목일 근처라 화훼마트에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을 것 같아 한 주 미뤄 어제 화훼마트에 갔다와서 오늘 분갈이를 마쳤더니 속이 다 시원하다. 분갈이가 가장 시급했던 건 로즈마리 화분이었다. 작년 3월 말 우리집에 들어와 1년 넘게 죽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한 화분...! 심지어 가지치기 물꽂이한게 뿌리가 폭풍 성장하고, 새잎까지 뿌직뿌직난지라 작은 가지도 흙에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한지 어연 몇 개월.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로즈마리 물꽂이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