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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면들

김첨지. 2018. 9. 9. 02:31

SNS 아카이브라는게 있기도 전, 싸이월드 시절보다 훨씬 더 전에, 가장 멀리는 아마도 미취학 아동 시절, 삶의 어떤 장면들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사진 앨범에 있는 이미지도 아니고, 왜 이런 몇몇 특정 장면들이 마치 비디오 클립처럼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이유없이 문득 떠오르는 생의 장면들이 있다. (음성이 함께 있는 장면도, 음소거인 채로 이미지만 있는 장면도 있다.)

오늘 문득 떠오른 장면은 중고등학생 때 새학년이 되면 새 교과서를 과목별로 교실 앞에 늘어놓고 한 줄로 서서 한 권씩 챙겨가게 했었다. 그럼 새 교과서들을 몽땅 짊어지고 집에 갔다. 그러면 그 날은 문학 교과서나 사회과목 교과서를 읽다 잠드는 날이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걸 보면 천상 문과 사람이다, 나.

또다른 기억은 학부 시절 아마도 엑스관 5층 강의실에서 프랑스 문화의 이해 수업을 듣고 있던 중 열린 창문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와서 강의실 안에서 퍼덕퍼덕 거리던 장면. 이 장면은 새 날개짓 소리까지 같이 떠오른다. 그 비둘기가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누군가가 다시 창 밖으로 내보냈겠지? 그저 수업 중간에 들어온 새 한 마리 때문에 너무 놀랐고, 수업이 일시 중단되었던 그 순간만이 약간 슬로우 모션이 걸려서 떠오른다.

내가 이제 이 장면을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겠구나 라고 그 순간 생각하게 되는 장면도 있지만, 그 장면이 꼭 마음에 남는건 아니더라.
기억이라는 건 너무 신기하다. 새삼스레 새벽 두 시 감성으로 포스팅 한 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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