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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누가 그랬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은 영업도 내가 하고, 실제 업무도 내가 하고, 구매도 내가 하고, 회계도 내가 하는 거라고. 정말 맞는 말이다. 아무도 해주는 이가 없는데, 다 필요한 일이라서 내가 한다. 물론 혼자다 보니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들고 품이 든다. 그런데 꼭 이런 류의 일을 하는 시간에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게 문제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일을 하는 시간도 일을 하는 거라고, 꼭 통역과 번역을 하는 시간만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고 나에게 되뇌어 주고 있다. 그래서 하는 포스팅 되시겠다. 


7-8월. 바야흐로 통역 비수기. 7월 초 대구 행사를 끝으로 정말이지 아~무런 행사가 없군요. 그래서 제주도로 한 주 휴가를 다녀오고, 이번 주는 마치 병가를 내고 병원 투어를 다니는 기분을 내고 있다. 여름 휴가고 병가고 다 무급 휴가라는 것이 문제지만_- 

하지만 마냥 노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보니 7월은 가장 중요한 수금의 시간이닷! 상반기에 일은 했는데 목돈이 들어올 건들이 어쩐지 아직까지 다 입금이 안 된 상태다. 그래서 일은 했는데 돈이 없어... 돈이 없다는 말을 몇 년째 달고 사는데, 정말 돈이 없는 건 아니고 기분상 돈이 없다. 그래서 클라이언트들을 쪼고 필요한 서류들을 떼러 다니고 메일링을 실시간으로 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금처 중에 하나는 프랑스 클라이언트라 시차 때문에 메일링이 딱 되는 시간에 빨리빨리 안해주면 하루가 순식간에 넘어가고, 이제 또 프랑스는 바캉스 시즌이라 담당자가 휴가라도 가기 시작하면 3-4주는 그냥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저는 초조합니다... 이것도 인보이스 보낼 때는 분명 7월 초 입금이었는데 중간에 구멍이 하나 나는 바람에 이제서야 수금 과정에 들어섰다. 오늘부로 내가 해줄 일은 대충 다 친 것 같으니 이제 평온히 입금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부디) 


5월 종소세 신고의 시간을 거쳐 인보이스 발송 및 입금 기한이 훌쩍 넘은 클라이언트에게 독촉 연락 및 현재 상황 체크 등등을 하다보면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 그와중에 영업도 살짝살짝 해주고 네트워킹도 해주고 하다보면 업무일 4-5일이 그냥 지나가요. 


이런 프리랜서 2년차 여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삶의 유일한 낙은 역시나 여름밤 자전거. 6월에는 해질녘 자전거를 타면서 한강의 노을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했다면, 7월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니 해가 떠있을 때 자전거는 꿈도 못 꾼다. 저녁 먹고 소화시킬겸 한강의 야경을 보며 여름밤 냄새를 맡으며 후텁한 기운이 물씬 나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강바람이 얼굴과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여름밤 자전거. 땀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흘리고 들어와서 샤워를 딱! 하고 선풍기 앞에 딱! 앉으면 이만한 낙이 없다네.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조금 거창한 단어이지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이 가져다 주는 몰입의 즐거움이 분명 존재하고, 그 몰입 없이 일을 지속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 나를 잡아먹지는 않아야 한다. 이 일을 좋아해서 한다고, 마치 나에게 세뇌시키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헛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세상은 흑과 백이 아니니까. 내가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정 부분 주문을 외는 것도 있겠지. 그러나 순수한 즐거움을 누리는 순간도 분명 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자전거 페달을 밟다가 보면 어느 순간 아무 생각없이 한강의 야경과 여름밤 냄새와 내 몸에 닿는 바람만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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